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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이 있을까. 최고의 찬사에서 혹독한 비난, 그리고 가을들어 다시 박수받기까지. 온라인 악플과 칭찬을 동시섭렵했던 경쟁자가 있다면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정도다.
김기태 감독은 한국시리즈 들어 놀랄만한 용병술로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다. KIA가 2승1패로 앞서 있던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치던 선발 임기영이 2-0으로 6회 2사후 오재일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우익수 이명기가 뚝 떨어지는 타구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2사 2루가 됐다. 김 감독은 투구수가 81개밖에 되지 않았던 임기영을 과감하게 내렸다. 좌완 심동섭을 올렸다. 심동섭이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가 되자 지체없이 김윤동 카드로 맞대응했다.
김 감독은 경기전 "불펜이 충분히 쉬었다. 힘이 있다고 본다. 안던진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3차전까지 쉬었던 김윤동을 감안한 작전이었다. 김윤동은 두산 양의지를 플라이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넘긴 KIA는 7회 2점, 9회 1점을 더하며 5대1 낙승을 거뒀다.
지난달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정규시즌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KIA는 7-1로 앞서다 9회말 대거 7점을 내주며 KBO리그 9회 최다역전패 신기록 희생양이 됐다. KIA 불펜이 허약한 것은 모두가 아는 고질. 이를 감안해도 9회 7실점은 감독으로선 용병술에 큰 내상을 입을만한 사건이었다.
KIA는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5.71로 10개구단 중 8위다. 시즌 중반까지는 꼴찌. 반면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전체 1위팀(4.31). 한국시리즈에서 KIA는 적극적인 불펜 활용을 할수 없을 것이라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KIA는 2차전을 제외하고 1,3,4차전에서 불펜이 8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훌륭하게 버텼다. 김 감독은 충분한 휴식에 대한 믿음과 투수파트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구위 확인, 그리고 경기를 꿰뚫는 '혜안'으로 결단을 내렸다.
편안한 미소, 밝은 표정, 늘 선수편에 서는 감독. 여전히 마이크 울렁증을 호소하는 소탈한 남자. 사나이 뚝심과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징크스 신봉까지. 김기태 감독은 갈색, 노란색, 빨간색이 어우러진 가을단풍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지도자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던 동행 야구가 점차 열매를 맺고 있다. 스포츠1팀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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