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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이 걸렸다. 고향팀이자 프로 데뷔팀으로 돌아온 정성훈(38)이 다시 한번 김기태 감독과 만났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는 확실히 해주는 김 감독이 정성훈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베테랑 선수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지도자다. 젊은 선수가 성장하려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은 다른 감독과 비슷하다. 다만, 1군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낸 베테랑이라면, 마지막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최영필은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됐는데, 김 감독은 그를 불러 팀 상황을 설명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최영필은 이를 받아들이고, 시즌 종료 후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지난해 현역 생활을 정리한 외야수 김원섭이 마흔살까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것도 김 감독의 배려 덕분이다. 김 감독은 젊은 외야수들을 키워야하고,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등 주전들이 확고한데도, 김원섭이 원했던 마흔살까지 선수 생활을 보장했다. 김원섭은 김 감독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1976년 생인 임창용은 한화 이글스 박정진과 함께 올해 KBO리그 최고령 선수다. 2년 전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임창용을 품은 팀이 타이거즈다. KBO 징계로 시즌을 절반밖에 뛸 수 없었는데도 그랬다. 김 감독은 마무리 임창용이 부진해 교체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마운드에 직접 올라가곤 했다.
결국 야구도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다. 특정 선수에 대한 배려가 쉽지는 않다.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감독이 선수 개인 사정을 모두 고려해주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배려들이 모여 팀에 대한 충성심을 만든다. 김 감독 리더십의 중심에는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