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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이 아무리 발목을 잡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마운드 위해서 묵묵히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내실 있는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브리검은 무려 9번이나 퀄리티스타트 이상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3.66으로 팀내 1위이자 리그 전체 9위였다. 그러나 2승5패 밖에 거두지 못했다. 특히 5패 중 4패는 모두 QS 이상(QS 2회, QS+ 2회)이었다. 최근 2연패 중이었는데 1일 LG전 때는 8이닝 3실점, 7일 두산전은 7이닝 3실점을 하고서도 연달아 패전 투수가 됐다. 이상하게도 넥센 타선이 브리검 선발 때 침묵한 탓이다.
그래도 브리검은 동료를 탓하거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늘 한결같이 동료들과 어울렸고, 자신의 선발 등판일을 꼬박꼬박 지켰다. 이런 모범생 다운 모습에 오히려 넥센 동료들이나 장정석 감독이 안쓰러워 할 정도였다.
이후부터는 특유의 안정 패턴 투구가 이어졌다. 2회부터 7회까지 단 2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특이하게 2안타를 모두 최재훈에게만 3회와 6회에 허용했다. 평균 144㎞의 투심을 기반으로 슬라이더(132~141㎞)와 포심(143~150㎞) 커브(119~128㎞) 체인지업(135~136㎞) 등을 다양하게 섞어 던지며 7회까지 딱 90개의 공으로 막아냈다. 이날 따라 타선도 브리검이 내려가기 전에 역전 점수를 뽑아내며 브리검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시즌 3승째를 따낸 브리검은 "우선 이겨서 기분이 좋다. 팀이 하나가 되어 이기려는 열망이 컸고, 포수 김재현과의 호흡도 좋았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종이 마음 먹은대로 잘 들어갔다"고 이날 경기를 평가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좋은 타자들이 많다. 점수는 얼마든 지 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순리에 맡기려고 마음 먹었다. 앞으로도 선발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브리검은 "개인 승리도 좋지만, 작년에 가지 못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