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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가 전혀 예상못했던 감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욱 수비코치(44)를 사령탑으로 승격시켰다. '마지막 남은 카리스카 사령탑'이라는 김경문 전 감독의 중도하차 이후 '친 프런트' 인사 가능성이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외국인 감독 선임설까지 흘린 NC였다.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이동욱 감독 선임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은 점차 감독 선임에 있어 후순위 고려사항으로 밀려나고 있다. 선수 경력과 지도능력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한 야구인은 "코치 시절 보여준 리더십만 명확하다면 선수 시절 성적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방송 해설위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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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를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후임으로 염경엽 SK 단장이 유력한 상황. 염 단장도 고교-대학 시절까지는 최고 내야수였지만 프로 성적은 초라하다.
스타 감독은 카리스마가 있고, 비 스타 감독은 반대일거라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오히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비형 포수였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 시절 12시즌 동안 통산홈런은 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팀타율 3할이 넘는 두산의 주축 타자들에게 타격법을 지도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레슨 직후 거짓말처럼 적시타가 나올 때도 있다. 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전 감독,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인 조범현 전 감독도 스타 출신이 아니다. 무명 출신이라도 행여 있을지 모를 얕잡아보는 주위 시선에 의연할 수 있다면 제2의 야구인생을 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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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스타 출신 감독을 영입해 팀성적이 원하는만큼 나오지 않으면 선수단 장악능력이 부족했다며 댕강 잘라 버린다. 구단 시스템과 장기비전 부재는 나몰라라 한다.
스타 감독을 데려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이번에는 스타출신이어서 선수들의 마음을 제대로 몰랐다며 버린다. 프런트는 짐짓 뒷짐지고 관망.
서서히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다. 감독들의 힘이 점차 빠지는 것과 맞물려 프런트에 더욱 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