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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들이 시장에 탄생할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공인 선수 대리인(이하 대리인)들이 올 겨울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해 12월 선수협이 주관한 자격시험을 통과해 대리인 자격을 획득한 이는 무려 91명. 이 중 44명이 국내외 변호사(41명)와 법무사(3명) 출신이다. 스포츠산업 종사자(17명)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원(14명)과 보험설계사(2명), 의료계 종사자(2명) 등 다양한 분포군을 보였다. 이들은 계약 선수의 대리인 자격으로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협상 당사자인 구단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지난달 KBO 이사회가 결정한 FA(자유계약선수) 상한액에 기준을 둘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사회는 FA 상한액을 4년 80억원으로 못박았다. 여기에 상한액의 최대 30% 수준으로 계약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선수협에서 이사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명문화되진 못했다. 이에 대해 '협상결렬'을 선언한 바 있는 구단들이 이사회 결정 준수를 무기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리인들이 내놓을 만한 카드는 존재할까. 10개 구단으로 한정된 시장에서 '몸값 줄다리기'를 하기엔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 국내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미국, 일본, 대만 뿐이다. 공식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미국, 일본은 물론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대만 모두 협상 돌파구가 되기엔 부족하다. 이적이나 트레이드 요구 등 강공책 역시 선수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 구단과 카드가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 대부분이 유렵행 내지 중동-일본, 심지어 동남아까지 '딜'을 위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축구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결국 선수를 위해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칙적인 고민이 없는 협상은 대리인 제도의 의미 뿐만 아니라 존재 가치 자체를 퇴색시킬 수 있다.
대리인 제도는 선수가 구단과의 협상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계약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새 제도의 막을 여는 대리인들의 어깨는 그래서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