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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근성' 공필성 리더십, 벼랑 끝 롯데 바꿔놓고 있다

기사입력 2019-08-04 10:10


◇공필성 감독 대행.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내가 아닌 우리 선수, 코칭스태프들의 이름이 더 많이 거론됐으면 좋겠다."

지난 1일. 4경기 만에 사령탑 데뷔 후 첫 승을 거둔 이튿날 취재진과 만난 롯데 자이언츠 공필성 감독 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록 우리 팀이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과 코치들은 반전을 위해 그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나는 어디까지나 감독 대행일 뿐이다. 뒤에서 땀흘리고 있는 우리 선수, 코치들의 이름과 그들의 노력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롯데 자이언츠가 8월 들어 오랜만에 미소를 짓고 있다. 후반기 출발과 동시에 4연패를 당했으나, 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1, 1점차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완성했다. '가을야구'의 환희와는 거리가 상당하지만, 최악의 위기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롯데를 향한 눈길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전반기 종료 직후 단장-감독 동반 퇴진 상황을 맞이한 롯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변수 상황 자체가 석연찮았고, 그로 인해 흔들림이 컸다. 수석코치였던 공 감독 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장에서 급한 불은 껐지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추진 중이던 전력 보강 작업이 올스톱됐다. 흔들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를 새도 없이 후반기 일정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공 감독 대행이 '반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뒤따랐다.

공 감독 대행이 취임 직후 가장 공을 들였던 '원팀 부활'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취임 결정 직후 공 감독 대행은 외부와 소통을 자제하는 대신, 선수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소통하는 길을 택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베테랑들을 어루만지면서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다 폭투 멍에를 쓰면서도 매 경기 안방을 지킨 나종덕-안중열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펼쳤던 강로한 등 새로운 가능성도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양상문 전 감독이 전반기 내내 갈고 닦았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후반기에 '소통과 믿음'이라는 새로운 힘을 불어 넣는데 주력했다. 자신이 아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달라는 목소리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최근 롯데 더그 아웃의 분위기는 전반기 때와 사뭇 달라졌다. 애써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려 했으나 지울 수 없었던 자신감 결여-패배 의식이 사라졌다. 매 경기마다 긴장감을 갖고 승부를 준비해 나아가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팀들처럼 웃음-농담이 물결치는 시끌벅적한 더그아웃은 아니지만, '그저 지나가는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에 출근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우리에겐 1승을 더 올리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 경기 플레이 마다 집중해 팬들에게 납득이 가는 경기를 보여드리는게 우선"이라는 공 감독 대행의 말을 그대로 실행해 나아가고 있다. 4연패로 귀결된 후반기 초반 행보에도 '뭔가 달라졌다'는 눈길들은 최근 연승을 거두는 기간 드러난 집중력을 통해 서서히 증명되고 있다.

이런 롯데를 두고 '후반기 대반격'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 아닌가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피어오르고 있다. 앞선 두 시즌 후반기 대반격의 추억이 여전하다. 하지만 공 감독 대행은 '기적'이 아닌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입장. 공 감독 대행은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롯데라는 팀을 안정시키고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잡기엔 워낙 멀리 뒤쳐진 여정이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발걸음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만큼은 단단하다. 지금의 롯데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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