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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주의 야구역학]'대세' 데이터 야구?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11-08 06:20


맷 윌리엄스 감독.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데이터 야구가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올 시즌 후 프로야구에는 4명의 신임 감독이 취임했다. 역대 최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데이터 야구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데이터 강화, 1·2군 포지션 강화를 팀 재건 방향으로 설정한 KIA 타이거즈는 이를 실현할 인물로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를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신임 감독도 취임 일성에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운영을 하겠다"며 데이터 야구를 천명했다. 허 감독과 함께 키움에서 건너온 전력분석원 출신 노병오 투수코치와 윤윤덕 퀄리티컨트롤 코치도 데이터 야구의 핵심이다. 특히 윤윤덕 퀄리티 컨트롤 코치는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신설한 R/D(Research&Development) 팀의 분석 데이터를 현장에 접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 역시 대표적인 데이터 야구를 표방하는 지도자다. 염경엽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데이터 연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우리 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진야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이야기 했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손 혁 키움 히어로즈 신임 감독.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최근 KBO리그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 데이터 야구다. 깜짝 사령탑 발탁 기저에도 바로 이 '데이터 야구'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데이터 야구 시대의 도래. 하지만 함정이 있다.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숫자 나열에 불과하다. 데이터 야구가 단지 '구호'가 되는 건 지극히 위험하다. 이미 위험 징후가 보인다. 넘쳐나는 데이터 홍수 속에 그 의미를 모른 채 단지 추정치를 내놓을 뿐인 제품에 의존하며 과학적인 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가 전달되는 현장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의미 있게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데이터 전문가는 야구기술에 대한 지식조차 없이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이터를 접목시킬 사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선수의 개별적 운동능력과 근력 등 신체의 개별적 차이가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일쑤다.

운동역학은 운동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할 목적으로 역학적인 기본원리를 스포츠활동에 적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생체역학은 살아있는 유기체(사람)의 움직임과 구조를 역학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 역학은 동작을 계측한 뒤 인체를 계측하고 내력(힘)을 추정한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신체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역동역학(Inverse Dynamics)으로 풀어낸다. 이는 동작분석시스템을 통해 동작을 계측하고 동작을 수행하는 인체를 알고 지면반력기(GRF)에서 나온 힘을 가지고 내력의 힘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역학을 배워야 할 첫 번째 대상은 운동을 가르치는 지도자다, 하지만 역학을 제대로 교육받은 지도자를 현장에서 만나기는 힘든 현실이다.


랩소도를 활용해 피칭훈련하는 후랭코프.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현재 데이터 야구는 역학 기반이 아닌, 통계 기반에 치우쳐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측정장비는 선수의 몸이 아닌 선수의 퍼포먼스만 나열한다. 때문에 그 수치를 아무런 분석 없이 맹신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정확한 해석과 접목이 필요하다. 정작 중요한 과정은 생략된 채 자칫 무의미하고 왜곡된 결과만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투수의 평균 익스텐션(투수판에서 릴리즈하는 손까지의 직선거리)은 1m88.1이고, 평균 회전수는 2206rpm이다. KBO리그의 한 투수는 익스텐션 1m60, 평균 회전수 2500rpm이다. 회전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내투수가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 국내 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0.28m를 더 던져야 한다. 1년에 1만개를 던진다는 가정 하에 KBO리그 선수는 메이저리그 투수에 비해 한 시즌에 평균 2800m를 더 던져야 하는 셈이다.

각 선수마다 개별화된 신체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다. 왜 먼 거리를 던질 수 있는지, 왜 부상에 노출이 되는지, 아픈 곳이 없는데도 스피드는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몸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다. 동작분석을 통한 정확한 계측을 한 이후에 트레이닝을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그 이후에 공 회전 같은 문제에 접근하는 게 순서다.

장비회사는 직접적인 동작분석을 할 방법과 기술력 없이 결과적인 데이터 제공을 통해 상업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갈수록 장비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추세다.

데이터 유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각 팀들이 쓰는 간단한 장비들 조차 데이터를 공유하고 , 축적하는 업체가 있다. 현장에서 쓰고 있는 모 회사가 측정하는 모든 데이터는 본사인 미국과 공유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료는 못 받더라도 사용 비용을 낮춰야 하는 이유다.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전에서 자칫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데이터를 미국 회사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데이터도 중요하고, 과학과 테크놀러지도 매우 중요하다. 구단들은 앞다퉈 고가의 측정 장비를 구비하고 데이터 분석팀을 꾸리는 추세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를 다룰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선수 출신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가 전무한 현실이 아쉽다. 투자가 있는데 미래는 없는 아이러니한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야구에서 데이터를 풀어야 할 장본인들은 바로 야구인들이다. 이들,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야구와 과학 야구를 현장에 구현할 때 비로소 한국 프로야구는 의미 있는 단계로 점프하게 될 것이다.

<KBO육성위원, 차 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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