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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추적]PS제도 변경, '꼼수' 막을 대안도 찾아야 한다

최종수정 2019-12-26 06:02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KBO리그 포스트시즌 제도는 수 차례 변화를 겪었다.

1989년 준플레이오프제, 2015년 와일드카드제 도입 등 큰 틀은 두 차례 바뀌었다. 두 번의 변화 모두 구단수 확대라는 과제를 품음과 동시에,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을 수 있는 소위 '업셋'이라는 이변, 그 속의 묘미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1999~2000년 양대리그제를 도입한 적이 있었지만,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까지 손을 댄 경우였다. 단일리그를 두 개로 쪼갠 인위적 분리의 역효과도 컸다.

포스트시즌 때마다 제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일본과 달리 단일리그제를 시행 중인 KBO리그의 환경, 수정과 보완을 통해 자리를 잡은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가 주는 묘미는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포스트시즌 제도가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번 단장회의 합의안의 골자는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직행팀이 상위팀과 2경기차 이내로 시즌을 마칠 경우 1승을 줘 3선승제(5전)가 아닌 4선승제(최대 7전)를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은 확정안이 아니다.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A팀이 준플레이오프 또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될 B팀의 '포스트시즌 어드밴티지'를 막기 위해 정규시즌 막판 B팀보다 상위에 있는 C팀과의 맞대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승리를 내주는 일명 '져주기 경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업셋을 노리는 A팀 입장에선 포스트시즌에서 B팀과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맞붙어야 하는 만큼, B팀이 포스트시즌에서 1승을 갖지 못하도록 C팀과의 정규시즌 승차를 벌어지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제도를 도입한 의미 자체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최상의 경기를 지켜볼 권리가 있는 팬들을 기만하는 셈이 된다. 박진감과 포스트시즌의 묘미를 끌어 올리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가 오히려 정정당당한 승부를 회피하는, 팬서비스 정신에 위배되는 '꼼수'가 될 수도 있다.

정규시즌 1위팀에게도 마냥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다. 하위팀들의 포스트시즌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력을 파악하고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진다. 하지만 현행 제도대로면 정규시즌 끝자락까지 순위 경쟁을 해야 하고, 1승을 안은 2위팀이 포스트시즌 일정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게 될 경우 '한국시리즈 직행' 효과는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일각에선 승차에 구애받지 않고 정규시즌 상위팀에게 1승을 부여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정규시즌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보상하고, 져주기 같은 꼼수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경우 포스트시즌 일정 자체가 축소돼 각 구단의 수입 감소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으론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승차에 따라 포스트시즌 메리트를 주는 제도 변경이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치밀한 계획이 없다면 오히려 더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여러 상황을 그려놓고 그 속에 불거지는 맹점을 없애야 하는 이유다. 관중 감소라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 논의는 그래서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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