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차명주의 야구역학]"너 야구 알아?" 트레이닝 파트 '야구인 전문가' 확대가 필요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3-23 09:00



얼마 전 큰 화제 속에 막을 내린 야구 드라마가 있었다.

SBS TV 인기 드라마 '스토브리그'였다.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 '제작에 돈이 많이 든다', 이 모든 편견을 깨뜨린 힘은 공감에 있었다. 드라마 인기 요소는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대사들이 현실과 와 닿았던 점이 가장 컸다.

아직도 뇌리에 남는 대사가 있다. "당신이 야구를 해봤어?" "네가 야구를 얼마나 알아?"란 말이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하는 백승수 단장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야구인들의 저항을 상징하는 말.

극중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씌였지만 트레이닝 현장에서는 긍정적 치환이 가능하다.

사실 메이저리그 트레이닝 현장에서는 최근까지도 이러한 비아냥이 꽤 널리 퍼져있었다. 컨디셔닝과 트레이닝 팀, 데이터를 다루는 사이언스 팀까지 비야구인이란 이유로 현장에서 무시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신뢰가 쌓이고 있고, 대접도 달라지고 있다. 코칭스태프로 자연스러운 편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장에서 선수들과 밀착해 최고로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 서로 교감하며 노력하고 있다.


변화의 이유는 그들의 '출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대다수의 현장 지원 팀원들은 통상 대학까지 스포츠의학, 스포츠과학을 전공하면서 야구선수로 활약하던 선수 출신이다. 여러 이유로 선수의 길을 그만둔 뒤 트레이닝 등 전문 분야에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스태프가 대부분이다. 야구에 대한 충분한 이해 덕분에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현장 인원들과 더욱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현장과 동떨어진 지원 스태프는 화학적 융합이 어렵다. 이는 비단 야구 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을 통역하는 샤론 최(최성재)씨. AP연합뉴스
"너 야구 알아?" 이 말은 영화 '기생충'의 4관왕 등극으로 큰 화제를 모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통역을 맡았던 샤론 최(최성재)에게도 적용이 될 수 있다. 봉 감독이 "내 언어의 아바타"라고 극찬하는 최씨는 놀랍게도 전문통역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메모조차 없이 봉 감독의 농담 속 뉘앙스까지 정확하게 캐치해 빠르고 완벽하게 통역하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실제 '뉴욕타임스' '인디와이어' 등 현지 매체들은 샤론 최를 별도로 조명하며 '오스카 시즌의 MVP'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샤론 최가 완벽한 통역으로 최상의 퍼포먼스를 만들었던 배경은 그가 영화인이란 사실이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최근 단편 영화를 감독한 신인감독 출신이다. 장편 영화 각본도 쓰고 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봉 감독의 생각과 뉘앙스까지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만약 야구를 전혀 모르는 전문통역사가 통역을 했다면 야구의 뉘앙스를 제대로 표현 할 수 있었을까? 글쎄, 의문이다.

그만큼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야구 선수 출신들이 더 많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프로팀에 소속되어 있는 분야별 트레이닝 코치, 사이언스팀 스태프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스포츠의학, 스포츠과학의 전문가다. 하지만 야구인이 아니라면 현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방면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네가 야구를 알아?' 라는 말이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반면,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과 대다수 지도자들은 야구 외적인 전문 지식에 대한 노출이 많지 않다. 때문에 데이터 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모르면서 단지 아는 척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야구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전문 지식이 떨어지는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현장에 데이터를 제공할 뿐 솔루션까지 제공하기는 힘들다. 이처럼 현장과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야구인 출신 전문가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현역 이후가 중요하다. 부상 또는 개인사정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한 선수 혹은 은퇴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포츠의학이나 스포츠과학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문지식과 현장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야구인 출신 전문가가 현장에 투입된다면 최고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학교 운동역학실 연구위원, 차 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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