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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언제까지 선발로 봐야할까. 쓸수록 팀에 손해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어진 무사 만루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낸 것이 신기할 지경. KT 7번타자 박경수의 타석,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다소 높은듯한 직구가 스트라이크가 된 덕분이 컸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 한화는 이어진 1회 무사 만루에서 최진행의 희생 플라이로 1득점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2회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2점 홈런이 터졌다.
올시즌 한화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3.5점 안팎임을 감안하면, 이날 승부의 향방은 이순간 사실상 결정됐다. 한화 입장에서는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줘야할 외국인 투수가 등판한 경기 2회에 이미 패배가 유력해진 것.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장마 여파로 정규시즌이 길어진다 한들, 한화의 현 성적과 2주간의 자가격리, KBO리그 적응 등을 감안하면 새로운 외국인 선수의 영입 필요성은 낮다. 하지만 교체가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외국인 선수 1명으로 남은 시즌을 마치는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채드벨은 서폴드와도 다르다. 서폴드는 시즌 초의 고점을 기대할 수 있고, 한화가 2년 연속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본받을 만한 승부욕과 책임감, 파이팅을 보여주는 선수다. 남은 시즌 반등을 이뤄낸다면, 올시즌 이후에도 KBO리그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올시즌 채드벨의 6이닝 이상 투구는 단 1번, 그것도 5회 이전 6실점하며 일찌감치 패배가 결정된 6월 17일 LG 트윈스 전이다. 내년엔 못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채드벨에게 주어지는 선발 기회는 낭비처럼 보일 지경이다. 김민우 김범수 장시환이 성장하기까지 1군에서 겪은 적지 않은 시간을 감안하면, 2군에서 성장중인 남지민 오동욱 최이경 황영국 등 젊은 투수들에겐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가 아니라 30대 베테랑 선수라 한들, 채드벨보다 내년 내후년 한화에 더 도움이 될 선수가 경험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
설령 채드벨과 끝까지 함께 하더라도, 보직이 꼭 선발이어야할 이유는 없다. 현 시점에서 채드벨의 가치는 1군급 투수가 부족한 한화의 사정상 이닝 소화 뿐이다. 그렇다면 그 이닝이 경기 초반에 집중되거나 5~6일마다 한번일 필요는 없다. 선발이나 필승조가 어렵다면 롱맨이나 추격조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채드벨이 똑같이 3이닝 5실점을 하더라도, 선발로 나온 것과 많은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 등판해 기록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혹시 제 기량을 회복한다면, 그때 다시 선발로 돌려도 된다.
올시즌 채드벨의 계속된 선발 출격은 팀 전력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이날 채드벨은 3회까지 77개의 공을 던진 뒤 강판됐고, 남은 이닝을 메꾸기 위해 한화 불펜에서는 무려 6명의 불펜 투수가 소모됐다. 필승조인 강재민 김종수를 비롯해 김진영 윤대경 등 올시즌 한화 불펜에서 자기 몫을 해준 선수들이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다.
우천 취소로 인해 휴식일 없이 27일 연속 경기를 치러야하는 처지지만, 한화는 전날까지 19일간 11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8월에는 단 3경기 뿐이다. 적어도 이날 불펜의 대규모 출격은 컨디션 점검의 의미가 짙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한화 불펜이 충분한 힘을 비축했다는 뜻이다. 선발이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면, 좀더 가치있는 테스트가 이뤄질 수 있었다. 선발이 먼저 무너진 뒤 무난하게 패하는 것만큼 허탈한 경기는 없다. 경기 흐름과 점수 차이는 등판하는 투수의 마음가짐과 집중력, 더 나아가 성장 가능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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