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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잘하니까 가족들이 너무 좋아한다. 특히 아버지가 매일매일 보내오는 애정어린 분석이 반등의 동기부여가 됐다."
주전 2루수로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정 훈은 2013~2016년, 연평균 489타석을 소화하며 롯데 2루를 책임졌다. 특히 커리어하이였던 2015년에는 135경기 562타석에 출전, 타율 3할 9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2를 기록하기도 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3.41,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3.25)보다도 좋은 성적이다.
2017년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의 입단 이후 벤치로 밀려나면서 시련도 겪었다. 2018년 부활하는듯 했지만, 2019년 공인구 변경의 후폭풍에 휘말려 타율 2할2푼5리, OPS 0.614까지 추락했다. 적지 않은 나이, 스타급이라고는 볼 수 없는 커리어. 이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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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정 훈에게 주어진 역할은 '멀티맨'이다. 실력이 애매해서가 아니라, 정 훈만한 선수가 롯데에 없기 때문이다. 허문회 감독이 "정 훈 같은 선수가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팀의 구심점"이라고 연신 강조할 정도다. 하지만 정 훈은 냉정하다.
"멀티롤은 내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외야 세 포지션 중엔 중견수가 타구판단이 가장 편하다. 대신 수비 범위가 넓은데, 열심히 뛰는 건 자신있다. 올해도 중견수와 1루수 모두 '내 자리'는 없다. 경쟁이다. 두 포지션 모두 평균은 되지만, 아주 잘하진 않는다. 특히 타격은 작년엔 하늘이 도와줬다고 본다. 하루에 안타 하나 쳤는데 그게 클러치 안타가 되는 날도 있었다."
허문회 감독의 신뢰가 큰 힘이 됐다. 정 훈은 "나이와 실력을 떠나 '너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셨다. 모두가 똑같은 선수로서 대우받고 기회가 주어졌고, 그걸 내가 잡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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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는 1년에 3~4번 정도였다. 작년에 내가 매경기 출전하니까, 아버지가 매일매일 메신저로 상대 투수의 약점을 분석해서 브리핑을 해주시더라. 내가 좀 지쳤다 싶으면 어김없이 '힘이 떨어진 것 같다. 방망이 짧게 잡아라' 이런 글을 보내는 거다. 도움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내가 잘하니까 아버지가 얼마나 신이 나셨겠나. 정말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데뷔 16년차, 롯데에서만 12년째다. 하지만 아직 한국시리즈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도 2012년이 마지막이다. 정 훈의 전성기 시절 롯데는 암흑기였고, 다시 준플레이오프에 도전한 2017년엔 번즈에 밀려 백업이었다.
"롯데에서 오래 뛰었는데, 가을엔 늘 대주자, 대수비였다. 맨날 가는 팀 선수들은 느낌이 다를지 모르?募? 내게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은 정말 평생의 목표다. 주전으로 뛸 수 있을 때 큰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다. 그게 올해면 더 좋겠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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