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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소화력' 의외의 투수가 1위, 외인도 아니고 에이스도 아닌[SC통계]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1-09-07 09:04


2021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9.04/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요즘 KBO리그에서 한 경기에 투구수 100개를 넘기는 토종 투수는 많지 않다. 구단의 관리 방침에 묶여 있어 100개 이상을 던지면 특별한 날로 여겨진다. 구위가 워낙 좋거나 불펜진이 동이 났거나 하는 경우다. 웬만하면 100개 미만에서 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만 있다면 더없이 훌륭한 선발투수다. 대표적인 투수가 KT 위즈 고영표다. 그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뽑혔을 정도로 올시즌 톱클래스 선발투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시즌임에도 경기운영능력 즉, 이닝소화력에서 일취월장했다.

선발투수의 이닝소화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물론 투구이닝이지만, 퀄리티스타트(QS)와 선발 평균 투구이닝(IP)도 들여다 봐야 한다. 6일 현재 QS와 평균 IP 부문서 고영표는 각각 2위, 1위에 올라 있다.

올시즌 18경기에 선발로 나선 고영표는 113이닝을 던졌다. 이 가운데 QS는 15경기로 팀 동료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보다 1개가 적다. 벌써 23경기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와 비교해 QS 빈도는 오히려 고영표가 훨씬 앞선다.

18경기 가운데 고영표가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 지난 7월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3⅓이닝 6실점) 딱 한 경기 뿐이다. 나머지 등판서는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7이닝 이상도 6번이나 된다. 특히 고영표는 7이닝 이상 6경기를 모두 3자책점 이하로 막는 'QS플러스'로 연출했다.

이 때문에 평균 IP 부문서 고영표가 1위인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지언정 이상하지는 않다. 고영표는 선발로 평균 6.28이닝을 던졌다. 투구이닝 1위(132이닝)인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가 6.23이닝으로 2위, 다승 선두인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6.20이닝으로 3위다. 평균 IP가 6이닝 이상인 투수는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6.08), 두산 워커 로켓(6.04),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6.00)를 포함해 6명 뿐이다. 데스파이네는 5.62이닝으로 올시즌 이닝소화력이 크게 떨어졌다.

고영표의 현재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4일 잠실 LG 트윈스전이다. 8이닝을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은 이 경기에서 고영표는 90개의 공을 던졌다. 완투도 할 수 있었지만, 스코어가 11-1로 크게 벌어져 9회 등판은 벤치나 본인 모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이 주효한 결과다.

투수 출신인 KT 이강철 감독은 "시즌 막바지라면 몰라도 완투는 의미가 없다고 봤다. 영표는 또 올림픽까지 갔다 왔다.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선발투수는 개수와 능력이 되면 7회 이후에도 등판을 시킨다. 하지만 (요즘엔)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더 던지게 하면 혹시 손상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다. 예전엔 투구수 150개에 맞춰 시즌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용병도 80개에서 시즌을 시작해 점차 늘린다"고 했다.

하지만 투구수에서 자유로운 투수가 한 명 있다. 데스파이네다. 5일 등판, 100개 이상 투구를 너무 좋아한다. 이 감독은 "걔는 100개를 던져야 몸이 풀린다고 하니 초반 40개 던지고 못해도 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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