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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는 세 번째 FA를 앞둔 '강민호 딜레마'에 빠져 있다.
포수난에 시달리는 시장은 강민호에 유리한 환경. 반면, 삼성은 내년에도 강민호가 꼭 필요하다. 아직은 안방 홀로서기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참 트리오 김민수(30) 김응민(30) 권정웅(29) 등 수준급 포수들이 있지만 완성도가 강민호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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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김도환과 함께 포수 최대어 자원으로 꼽혔던 선수.
팀 내 유망주 순환 차원에서 빠른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군 시절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돼 지난해 9월 8일 병역을 마친 그는 홀가분하게 내년 시즌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라운드와 잠시 멀어졌던 1년 반의 군 생활. 성숙의 시간이었다.
인천 숭의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엘리트 선수로서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날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소중한 시간이 됐다. 야구의 소중함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훗날 벗는 순간이 올 때 잘하든 못하든 적어도 후회는 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죠."
이병헌은 고교 시절 1년을 유급했다. 그래서 KT 강백호, 키움 안우진, 롯데 한동희 등 2018년 고졸 입단 선수들과 같은 나이다. 팀 내에서는 원태인 박승규 등과 동기생인 그는 군 복무 시절 또래들의 활약을 멀리서 지켜봤다.
"TV로 친구들을 봤어요. 고교 시절 때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잘한다 싶었는데 안되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진지하게 저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게 됐어요. '외부환경에 신경 쓰지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죠."
팀 내 경쟁 구도, 향후 주전 도약의 기회 등은 이병헌에게 그저 '외부환경'일 뿐이다.
준비된 포수로서 내실을 갖추지 못하면 찾아온 기회는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이 중요한 깨달음을 예비역 청년 포수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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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타격이 특별한 장점이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수비하고 막고 하는 부분에 더 자신이 있었거든요."
수비적 측면에서 좋은 포수가 될 자질이 많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인 포수로서 무척 영리하다. 표현력과 붙임성도 좋아 누구와도 두루 잘 어울린다. 마운드에서 예민한 투수들을 다독이며 이끌어갈 만한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
올 겨울은 '포스트 강민호'로서 입지를 다져야 할 출발선상이다. 프로선수로서 중요한 기로에 선 그는 마인드 컨트롤에 한창이다.
"신인 때는 '찬스니까 잘 해야 한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어요. 시간 지나고 나니 바보 같은 거였더라고요. 제가 해야할 것을 먼저 해야 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상황은 더이상 신경 쓰지 않습니다. 꾸준히 제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언제 어떻게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삼성을 넘어 리그를 이끌 대형 포수로 성장할 재능이 올바른 마인드 셋 속에 방향을 잡았다.
겨우내 노력의 땀방울이 가미되면 내년 봄 어떤 폭풍 성장의 결과를 만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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