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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퓨처스FA 향한 38세 노장의 작심발언 "왜 만들었지?" [김해포커스]

최종수정 2022-02-26 13:51

인터뷰에 임한 김대우. 김영록 기자

[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처음 딱 얘기 나왔을 때부터 이걸 왜 만들었나 했다. 신청할 생각도 안했다."

한국 야구계에서 김대우(38·롯데 자이언츠)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야구선수도 드물다.

프로 지명 거부와 대학 입학, 입대, 해외리그 도전 실패, 타자 전향과 투수 복귀까지 그쳤다. '풍운아'라는 말은 그에겐 잊고 싶은 꼬리표에 가깝다.

어느덧 스스로의 욕심도 조금은 내려놓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배로 자리잡았다. 26일 김해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대우는 "이대호 선배의 멋진 은퇴, 어린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제 내 욕심을 부릴 때는 지났다"며 미소지었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뒤늦게 찾아온 생애 최고의 해인듯 싶었다. 개막 이틀만에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데뷔 첫 홀드를, 4월 20일에는 기어코 데뷔 첫 승을 거뒀다. KBO 역사상 최장기간(4374일) 데뷔 첫 승. 6월초까지 무려 7홀드를 올리며 팀내 홀드 1위를 내달리는 등 모처럼 팀 전력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치료를 마친 뒤 8월말 돌아온 김대우는 시즌초의 예리한 구위를 뽐내지 못했고, 2승2패9홀드 평균자책점 5.09라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즌을 마쳤다.

"어릴 땐 그냥 타고난 재능만으로 야구를 했다. 그러니까 자꾸 다쳤다. 지금은 관리를 한다. 하지만 젊을때 몸관리를 더 잘했놨어야했다. 운동은 내가 한만큼 보탬이 되더라. 좋았던 기분만 갖고 경기를 하다 후반기를 망쳤다."


롯데 김대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퓨처스 FA 자격을 얻은 14명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신설된 퓨처스 FA는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7시즌 동안 60일 이하의 1군 등록일'이란 조건을 채운 선수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김대우는 일언지하에 자격을 포기했다. 롯데 자이언츠에 정식으로 지명받은지 올해로 20년. 평생 1군과 퓨처스를 오간 선수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뜨겁게 비판했다.

"구단에서 전화 왔길래 난 안한다고 했다. 2차 드래프트가 훨씬 낫지. 그래도 각 팀이 필요한 선수 데려가는 거니까. 가는 선수한테도 반전의 계기가 된다. (퓨처스)FA는 되기도 어렵고, 기간이라도 짧으면 몰라. 그럼 구단이 어린 선수는 잡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방출해도 되는 선수가 FA로 나가는 꼴이다. FA 선언할 정도로 성적이 좋으면 그게 1군이지 2군 선수겠나. 국해성(전 두산) 아직도 계약 못했지 않나."


롯데 김대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친구 노경은(SSG 랜더스)도, 선배 송승준도 떠나고 이제 롯데 최고참 투수로 우뚝 섰다. 이제 팀을 다잡는 역할은 구승민 김원중 진명호 등에게 물려준지 오래다.

김대우는 "작년 그 자리는 원래 내 자리가 아니다. (구)승민이 (최)준용이 모두 부상당해서 내가 뛰었을 뿐이다. 좋은 성적보다 그렇게 뒷받침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겸손해한 뒤 "그럴 때 내가 메워주고, 또 내가 빠진 사이 (김)도규 같은 선수가 올라와주고, 그게 강한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 아닐까. 올해 내년 우리팀 마운드 정말 강하다"며 웃었다.

"(이)대호 형 마지막 시즌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주고 싶다. 후배들의 잠재력이 올해 다 터지지 않을까. 4강 그 이상이 목표다. 무엇보다 선수단과 팬도 '원팀'이 되서 타 팀들이 무서워하는, 끈끈한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강팀 롯데의 조연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김해=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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