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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1명만이라도…" 손가락 다친 에이스의 간절함, 모두의 마음 울렸다 [준PO1]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0-16 18:18 | 최종수정 2022-10-17 05:51


2022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경기 후 인터뷰 하는 키움 송성문과 안우진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0.16/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대한 길게 맡기겠다"던 에이스가 단 88구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흐름이 크게 요동쳤고, 승리도 날아가버렸다.

키움 히어로즈는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혈전 끝에 8대4 승리를 따냈다.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만점에 가까운 완벽투였다. 선발 안우진이 최고 157㎞의 괴물 같은 직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천하의 박병호도 어쩌지 못했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유격수 파울 플라이, 두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는 키움 쪽으로 기우는듯 했다. 하지만 6회를 마친 뒤 안우진의 손가락에 이상이 생겼다. 검지, 중지에 물집이 잡힌 것.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만큼 7회 등판을 원하는 안우진의 열망은 강했다. 하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은 교체를 결정했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안우진은 "박병호 선배 1명만이라도 상대하고 내려오겠다"며 한층 간절한 속내를 드러냈지만, 홍 감독은 끝끝내 고개를 저었다.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7회초 선두 타자로 들어선 박병호는 바뀐 투수 주 권의 슬라이더를 통타, 고척돔을 일도양단하듯 중앙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KT는 8회초 끝끝내 동점을 이뤘다. 만약 키움이 8회말 4점을 추가하며 승리를 따내지 않았다면, 이날의 패인으로 지적받을 수도 있었던 교체였다.


2022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선발 안우진이 6회초 2사후 중전안타를 치고 2루를 노리던 알포드를 막아낸 이정후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0.16/

경기 후 만난 안우진은 평소보다 볼이 많았던 점(스트라이크 52개-볼 36개)에 대해 "박병호, 황재균 선배님이나 알포드처럼 한방 있는 선수들에겐 조심스럽게 던졌다"고 답했다. 이어 "2번째 타석에 약간 빠진 공을 밀어서 파울홈런 만드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다음 몸쪽 공이 다행히 하이패스트볼이 되면서 삼진이 됐다"고 덧붙였다.

손가락 부상에 대해서는 "다음 경기에는 아무 지장 없다"고 단언했다.

"평소에 카운트 잡으려고 밀어넣던 공들을 아예 던지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최대한 강하게 던졌고, 커브도 많이 썼다. (평소와 달리)직슬커로 준비한 게 잘됐다. 연습할 때부터 커브를 좀더 던졌고, 머릿속에 커브를 넣어뒀다."

안우진은 "(유격수)신준우가 많이 도와줬고, (이)정후 형도 6회에 알포드 타구 잘 잡아줬다. (송)성문이 형도 점프 캐치랑 잘해줬다"며 야수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준PO 1차전 키움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이 KT에 8대 4로 승리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안우진.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16/
이날 안우진은 8회 4-4 동점이 되자 더그아웃 뒤쪽으로 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안우진은 "기도하면서 보는데 동점타가 되면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 승리가 날아간 건 전혀 아쉽지 않다.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뒤에서 숨 한번 크게 쉬고 왔다"며 웃었다.

경기전 만난 김태진은 KIA 타이거즈 출신 이적생이다. 내야 최고참이지만, 주전 선수로는 처음 맞이하는 가을야구다.

김태진은 안우진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든든하다. 어쩌다 맞아도 '그래 기계도 고장나는 알이 있지' 싶고, 다음날은 또 잘 던지니까. 수비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투수다. 그래서 결과도 더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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