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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대한 길게 맡기겠다"던 에이스가 단 88구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흐름이 크게 요동쳤고, 승리도 날아가버렸다.
천하의 박병호도 어쩌지 못했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유격수 파울 플라이, 두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는 키움 쪽으로 기우는듯 했다. 하지만 6회를 마친 뒤 안우진의 손가락에 이상이 생겼다. 검지, 중지에 물집이 잡힌 것.
안우진은 "박병호 선배 1명만이라도 상대하고 내려오겠다"며 한층 간절한 속내를 드러냈지만, 홍 감독은 끝끝내 고개를 저었다.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7회초 선두 타자로 들어선 박병호는 바뀐 투수 주 권의 슬라이더를 통타, 고척돔을 일도양단하듯 중앙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KT는 8회초 끝끝내 동점을 이뤘다. 만약 키움이 8회말 4점을 추가하며 승리를 따내지 않았다면, 이날의 패인으로 지적받을 수도 있었던 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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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안우진은 평소보다 볼이 많았던 점(스트라이크 52개-볼 36개)에 대해 "박병호, 황재균 선배님이나 알포드처럼 한방 있는 선수들에겐 조심스럽게 던졌다"고 답했다. 이어 "2번째 타석에 약간 빠진 공을 밀어서 파울홈런 만드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다음 몸쪽 공이 다행히 하이패스트볼이 되면서 삼진이 됐다"고 덧붙였다.
손가락 부상에 대해서는 "다음 경기에는 아무 지장 없다"고 단언했다.
"평소에 카운트 잡으려고 밀어넣던 공들을 아예 던지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최대한 강하게 던졌고, 커브도 많이 썼다. (평소와 달리)직슬커로 준비한 게 잘됐다. 연습할 때부터 커브를 좀더 던졌고, 머릿속에 커브를 넣어뒀다."
안우진은 "(유격수)신준우가 많이 도와줬고, (이)정후 형도 6회에 알포드 타구 잘 잡아줬다. (송)성문이 형도 점프 캐치랑 잘해줬다"며 야수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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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만난 김태진은 KIA 타이거즈 출신 이적생이다. 내야 최고참이지만, 주전 선수로는 처음 맞이하는 가을야구다.
김태진은 안우진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든든하다. 어쩌다 맞아도 '그래 기계도 고장나는 알이 있지' 싶고, 다음날은 또 잘 던지니까. 수비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투수다. 그래서 결과도 더 좋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