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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7일(이하 한국시각) 새벽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엔 많은 비가 내렸다.
대표팀과 LG가 연습경기를 갖기로 했던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만 방수포가 깔려 있었다. 그라운드 곳곳에 물이 고였다. 현지시각 오전 10시가 넘자 세차게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고, 곧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낮은 기온과 찬바람은 여전했지만, 그라운드 배수작업 및 정비만 이뤄진다면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는 없을 정도였다.
이럼에도 구장 관계자들은 곳곳에 고인 물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라운드에 고인 물도 국내 구장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으로 스며들지 않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날 새벽부터 구장 상태를 체크했는데, 경기장에 배수 관련 시설이 없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 현지 TV 뉴스에선 며칠 전부터 이날 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열악한 배수 환경과 연습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지 구장 관리 측에서 그라운드를 방수포로 덮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만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없었고, 대책 마련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야구팀이 사용하지 않는 훈련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시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내 지방 소규모 구장에도 비교될 정도의 수준이다.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는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 외에도 실내외 훈련 시설이 다수 모여 있는 곳. 가까운 장소에서 파트별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이 좋다고 알려졌다. 국내 팀들이 그동안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미국까지 날아가 이곳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보낸 이유다. WBC 대표팀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을 통해 그동안 가려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야구 본고장'을 자부하는 미국이지만, 관리 실태는 그 명성을 못 따라가는 모습이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