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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승환 딜레마, 삼성과 박진만 감독은 어떻게 풀 것인가.
2연승 기간 '돌부처' 오승환은 1승 1세이브를 기록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성공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승환은 이번 시즌 1승1패3세이브다. NC 다이노스 개막전을 제외하고 이후 4경기 연속 실점을 하고 있다. 마무리로서는 치명적인 결과다.
롯데전을 보자. 안치홍을 상대할 때 직구가 낮게 코너워크 되면 상대가 못친다. 하지만 안타맞는 공은 한가운데로 몰렸다. 강민호가 바깥쪽으로 미트를 가져갔지만, 공이 몰리니 안치홍이 완벽한 타이밍에 받아쳤다.
9회 첫 타자 고승민의 타구도 잘맞았다. 중견수 김성윤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블론 세이브의 시작이 될 뻔 했다. 유강남의 2루 직선타도 타이밍이 완벽했다. 그나마 바깥쪽 코너워크가 됐기에 야수 정면으로 갔지, 공이 조금만 가운데로 몰렸다면 99.9% 장타였다.
박 감독과 삼성도 알 것이다. 오승환이 마무리로서 압도적 구위를 보여주지 못할 거란 걸 말이다. 오승환도 40세가 훌쩍 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박 감독과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 카드를 버리지 못한다. 먼저 오승환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마무리였다. 이 선수에게 마무리 아닌 다른 보직으로 강등시키는 건, 은퇴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오승환이 스스로 팀을 위해 자리를 내려놓은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그에게 보직 변경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연봉도 무려 14억원이다. 14억원을 받는 선수를 하찮은 보직으로 쓰는 것도 구단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본질적으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오승환을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다른 구단들을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무리들이 모두 사라지고, 젊은 투수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오승환이고, 오승환이 없다고 한다면 그 자리를 채울 후보도 마땅치 않다. 공이 빠르고, 배짱 있는 투수가 거의 없다. 최충연 정도가 그나마 떠오르는 자원이다. 그만큼 미래 마무리 투수를 키우는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승환에게 모든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
마무리는 그냥 키울 수 없다. 얻어터지고, 깨지며 커야 한다. 실전에 투입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시즌 중 실험을 한다는 것도 초보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참 풀기 어려운 숙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