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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전심, 김동수를 소환한 이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5-24 10:25 | 최종수정 2023-05-24 10:27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
오승환과 최형우. 팀은 달라도 베테랑들은 진한 동료의식이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4연패로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던 삼성 라이온즈.

수호신은 오승환(41)이었다. 좌완 이승현의 이탈, 우완 김태훈의 부진 속에 신음하던 불펜진을 구원하며 멋지게 돌아왔다. 창원 NC와 3연전, 19일 세이브와 21일 2이닝 구원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3이닝 무안타 무실점. 우리가 알던 '끝판왕'의 복귀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오승환의 마무리 복귀에 반색했다.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주중 첫 경기에 앞서 "오승환 선수 덕분에 창원에서 2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칭찬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마음적으로 기술적으로 재정비를 하고 왔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었다"며 "불펜진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예전의 돌직구 보다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원래 오승환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끊임 없는 노력을 칭찬했다. 타자를 예를 들어 노장선수에게 변화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
2003년 현대 시절 김동수. 스포츠조선DB
박진만 감독은 "현대 시절 김동수 선배가 트레이드로 왔는데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3할을 치더라"며 "나이먹은 선수는 아무래도 순발력이 떨어져 예전대로 똑같이 하면 스피드를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변화되고 발전된 새로운 모습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오승환 선수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무려 7차례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LG 레전드 포수 출신 김동수 위원은 2000년대 들어 삼성과 SK를 거치면서 하향세를 탔다. 서른 다섯인 2003년 옮긴 네번째 팀 현대에서 3할8리의 타율과 16홈런, 68타점으로 깜짝 부활했다. 직전해인 2002년 SK 시절 타율은 2할4푼3리에 불과했다. 살아남으려는 끊임 없는 변화의 노력이 만든 기적 같은 부활이었다.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
16일 9회 등판한 오승환.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6/
오승환 역시 끊임 없는 변화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다. 데뷔 첫 선발 변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실험과 변화 속에 구위를 회복하고 있다.

변화구도 변화를 통해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23일 잠실에서 만난 그는 "투심 패스트볼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던져보며 가장 효율적인 궤적을 찾았다"고 말한다. 마무리 복귀 후 안정된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
1844일 만의 130승을 거둔 장원준.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이날 1844일 만에 대망의 130승을 거둔 장원준(38)은 이런 말을 했다.

"무너진 밸런스를 찾는 데 오래 걸렸어요. 제 몸 상태가 예전 폼이 안 나오는데 자꾸 그 좋았던 시절의 폼을 쫓아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더 안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그냥 팔이 올라오는 대로 높이를 억지로 위에서 아래로 던진다는 이런 느낌보다 옆으로 회전하더라도 그냥 팔이 올라오는 대로 던지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시지프스가 돌을 올리듯 끊임 없는 변화와 노력으로 기어이 130승을 달성한 집념의 사나이. 그를 향해 롯데 시절 입단 동기인 동갑내기 친구 강민호도 손하트를 날리며 경의를 표했다. 강민호 역시 부단한 노력과 변화로 여전히 삼성 안방을 지키며 중심타자로 활약중인 선수다.


"33인치 배트를 반토막으로 잡고…" 오승환 장원준 최형우 강민호의 이심…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하며 통산 130승을 달성한 두산 장원준을 향해 삼성 강민호가 손가락 하트를 보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23/
KIA 타선의 여전한 중심 최형우도 지난해 살짝 주춤하자 특유의 레그킥을 버리면서 빠른공에 대처했다. 심지어 극단적 시프트를 깨기 위해 기습번트를 대기도 했다.

이 모든 노력이 세월이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원래 있던 제 자리로 올라가 알을 뿌리려는 연어 같은 몸부림이다.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어느 지점에서 그 고단한 에너지가 다할 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미래는 그 처절한 몸부림의 과정에서 탄생한다.

노장의 변신은 무죄다. 오히려 쉽게 접지 않은 그 꿈이 아름답다. 힘을 최대한도로 쓸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눈 앞에서 확인가능한 미래. 많은 귀감이 되는 부단한 노력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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