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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 볼넷 지옥에 갇힌 언더핸드 베테랑의 타들어가는 마음. 그것을 본 감독 "볼넷 줘도 된다고 했는데"[SC 리포트]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06-14 21:57 | 최종수정 2023-06-15 11:40


"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 볼넷 지옥에 갇힌 언더핸드 베테랑의 타들어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2회 또다시 실점을 허용한 SSG 박종훈.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6.14/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

김원형 감독의 조언에도 볼넷을 이겨내지 못했다. SSG 랜더스의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이 또 무너졌다. 원인은 역시 볼넷이었다.

박종훈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서 선발등판해 3이닝 동안 5안타(1홈런) 6볼넷 1탈삼진 8실점의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 3연패. 2경기 연속 6볼넷을 허용했다. 안타보다 볼넷을 더 많이 주는 불안한 피칭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날도 결국 볼넷으로 자멸하고 말았다.

1회초부터 볼이 많았다. 1번 김민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2번 김상수에게도 스트라이크는 하나만 던지고 볼넷. 3번 알포드 역시 볼 3개를 연속 던지더니 스트라이크 하나 꽂고 다시 볼을 던져 볼넷 3개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4번 박병호를 맞아 1,2구 연속 볼에 이어 3구째 스트라이크가 꽂혔고, 4구째 가운데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진 공이 박병호의 배트에 맞더니 우측 담장을 넘었다. 볼넷 3개와 안타 1개로 4점을 내준 것. 이후 3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로 잡아 1회를 마쳤다.


"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 볼넷 지옥에 갇힌 언더핸드 베테랑의 타들어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1회 KT 박병호가 SSG 박종훈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박종훈.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6.14/
이제 안정을 찾는듯 했다. 2회초 선두 안치영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내야 땅볼 2개로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상수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5가 되면서 다시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포드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고, 박병호도 볼넷을 허용. 2사 만루가 됐고, 5번 장성우를 맞아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게 맞아 중견수 키를 살짝 넘기는 싹쓸이 3타점 2루타가 됐다. 1-8.


3회초엔 선두 박경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안치영을 2루수앞 병살타로 잡고 배정대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김민혁을 상대로 이날 첫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무리.

3회까지 이미 79개의 공을 뿌린 박종훈은 4회초 백승건으로 교체됐다.

박종훈은 예전부터 기복이 있는 편이었고 제구가 뜰쭉날쭉했다. 올시즌 볼넷이 많아졌다. 이날까지 11경기서 53⅔이닝 동안 맞은 안타가 54개였는데 허용한 볼넷은 38개였다. 9이닝당 6.4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SSG 김원형 감독은 박종훈의 등판 전날인 13일 박종훈이 볼넷에 대해 너무 의식하는 것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볼넷을 내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특히 (박)종훈이는 그게 머릿속에 너무 강해서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잘못되는 원인이 볼넷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보니 경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 볼넷 지옥에 갇힌 언더핸드 베테랑의 타들어가…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SSG 선발 박종훈.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6.14/
그래서 김 감독은 반대로 박종훈에게 볼넷을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김 감독은 "종훈이가 미안해 하길래 미안해 하지 말라고 했다. 언제까지 미안해 할거냐라고도 했다"면서 "아무리 옆에서 좋은 얘기를 해줘도 본인 스스로 떨쳐내지 못하면 안된다. 심리적인 것을 누가 해줄 수가 없다. 종훈이에게 '네가 이겨내고 떨처내야 한다. 볼넷 줘도 된다'라고도 얘기를 해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종훈은 3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6개의 볼넷을 내줬고, 그 중에 5명이 홈을 밟았다.

볼넷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는 것이 박종훈이 예전의 피칭을 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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