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후 4년 내내 팀의 1선발로 마운드를 지켰던 외국인 투수가 흔들리고 있다. 5번째 시즌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꾸 보여주고 있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34)가 휘청거리고 있다. 첫 등판부터 이상했다. 4월1일 수원 KT전에서 5⅓이닝 8피안타(2피홈런)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켈리는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4피안타 5사사구 6자책점으로 1⅔이닝 만에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KBO리그 데뷔 이래 켈리의 한 경기 최소 이닝 강판이다. 다른 투수는 다 걱정해도 켈리만큼은 안심해도 됐던 코치진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 강판되는 LG 켈리.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켈리가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김광삼 투수 코치를 비롯해 플럿코, 정우영 등 동료 투수들과 외국인 타자 오스틴까지 켈리의 피칭을 보기 위해 불펜으로 모여들었다.
김광삼 코치는 켈리의 슬라이더가 좀 더 종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코치는 손날로 세로와 사선으로 움직이며 손목의 각도를 좀 더 세울 것을 주문했다. 공을 받은 불펜 포수 역시 같은 의견, 김 코치의 조언을 들은 켈리가 다시 슬라이더를 던지자 '지금처럼 종으로 휘어져 나가면 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켈리에게 조언하는 김광삼 코치.
플럿코도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 플럿코는 "케이시, 하나만 얘기할게. 어깨하고 몸이 따로 움직이는 것 같아. 팔이 돌기 전에 몸이 먼저 열리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플럿코의 말을 들은 켈리가 곧바로 투구폼 수정에 들어갔다. 투구를 지켜본 플럿코도 "바로 그거야"라며 케이시를 격려했다.
켈리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동료 선수들
켈리와 함께 외국인 원투 펀치로 활약하고 있는 플럿코의 올 시즌 성적은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15승 5패, 평균자책점 2.39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엔 더 강력해졌다. 15경기에 나와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82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도 10번을 기록했다.
11일 잠실 롯데전. 7회초 수비를 마친 LG 플럿코가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잠실 예수'로 불리며 LG 마운드의 '상수'가 된 켈리, 플럿코의 KBO리그 적응에도 큰 도움을 준 고마운 동료다.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 켈리와 플럿코가 없는 마운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악몽이다. 15일 잠실 홈경기에서 삼성을 꺾고 14일 만에 다시 선두를 탈환한 LG가 좋은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도 켈리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플럿코와 켈리가 없는 LG 마운드는 상상할 수 없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은 6월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플럿코는 더 바랄 게 없다. LG 로서는 켈리의 부진이 일시적이길 바랄 뿐이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료들의 마음도 똑같다.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 등판하는 켈리가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