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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앞)다리를 딛을 때 몸의 중심이 너무 뒤에 있다(강정호)." "중심이 뒤쪽 엉덩이에 쏠리다보니 스윙이 늦다. 그래서 스윙할 때 앞다리(기둥)가 무너진다(박용택)."
한동희(24)의 마음가짐은 절실했다. 구단과 고정된 금액이 아닌 '인센티브' 연봉 계약을 맺었다. 올해 연봉은 1억9260만원으로 예정된 금액보다 적다. 대신 인센티브를 모두 받을 경우 2억 668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전 일찌감치 괌 현지로 나가 몸을 만들었다.
부담이 너무 컸던 걸까.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올시즌 한동희는 타율 2할1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561를 기록중이다. 2020년 이래 커리어 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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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비율(이하 세부기록 스탯티즈 기준)은 12.9%, 데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컨택율은 80.6%로 최고 수준이다. 선구안 등 배팅 컨디션 자체는 분명 날카롭게 벼려져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가장 답답한 사람은 자신이다. 지난해 45.8%에서 올해 42.7%로 낮아진 배트 적극성이 움츠러든 마음을 증명한다.
올시즌 2번째 2군행을 경험하고 돌아온 20일 고척 키움히어로즈전, 한동희는 또다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SSG 랜더스를 스윕한 직후 키움에 충격적인 스윕패, 3연속 위닝의 상승세가 단번에 꺾인 순간 한동희에게 질책이 쏠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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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위원은 지난 4월말 방송을 통해 "타격시 한동희의 중심이 뒤쪽(오른쪽) 엉덩이에 쏠린다. 예전엔 앞다리를 벽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기둥이라고도 한다. 기둥이 강하게 아래쪽으로 박혀 고정된 상태에서 스윙이 이뤄져야한다. 그런데 한동희는 중심이 늦게 나오다보니 앞다리의 랜딩과 스윙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그래서 앞다리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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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중심은 너무 뒤에 있고, 상체는 전진되지 않고 서있다. 그러다보니 오른쪽 허리 쪽에 공간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몸통의 회전은 빠른데 중심은 뒤에 있으니 엉덩이가 빨리 열린다. 타구가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밀어서도 홈런을 치는게 장점인 타자인데, 올시즌에는 당겨치는 비율이 너무 높다. 병살타 15개(2위, 1위 피렐라) 중 14개가 3루, 유격수 방향이고, 하나는 투수 땅볼이다. 의도한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메이저리거들의 타격 자세를 소개하며 "절대 중심이 앞으로 쏠린 게 아니다. 좋은 타격자세는 중심을 앞에 6대4, 7대3 정도로 두고, 팔은 뒤로 강하게 당겨져 있어야한다. 그래야 빠른공을 칠 수 있고, 힘을 앞쪽으로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서 "활을 쏘는 것과 똑같다. (우타자 기준)오른손을 뒤로 쫙 당겼다가 강하게 나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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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의 잠재력이나 타격 어프로치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박용택 위원은 "한동희는 스윙할 때 손장난을 하지 않는다. 골반-몸통-팔로 이어지는 순서에 맞는 스윙을 한다. 이대호와 비교하자면, 공 하나 정도만 히팅 포인트를 당기면 좋겠다"고 했다. 강정호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다음 스텝을 위한 과정이다.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찾아 내년에 보여주면 된다"고 격려했다.
제2의 이대호가 아닌 제1의 한동희로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다. 한동희는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을까.
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