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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였다, 외국인 사령탑 시대는 이제 끝났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3-08-29 01:34 | 최종수정 2023-08-29 10:25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롯데 서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7.1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한 때의 유행과 트렌드가 있다.

신선한 변화가 성공하면 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장점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풍속도.

KBO리그 외국인 사령탑도 마찬가지다.

한 때 크게 주목받았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SK 트레이 힐만 등 성공한 사령탑이 전설적 사례를 남기면서 가속화 됐다.

2008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한 로이스터 감독은 파격적 리더십으로 침체됐던 부산야구의 붐을 일으켰다.

부임 첫해인 2008년에는 무려 8년 만에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끄는 등 임기 3시즌 내내 매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2017년 SK감독으로 부임한 힐만 감독도 2018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두산을 4승2패로 꺾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외국인 감독 중 가장 높은 승률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사령탑이었다.

외국인 사령탑 성공의 환상 속에 2020년대 하위팀들이 줄줄이 외인 감독을 선임했다.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2021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경기장 도착 후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6.26/
2020년 KIA 맷 윌리엄스, 2021년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와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세 사령탑 모두 자신의 임기동안 단 한번도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짐을 쌌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 윌리엄스 감독은 큰 화제 속에 2020년 부터 3년 계약으로 KIA 지휘봉을 잡았다. 2020년 73승71패로 5할승률 이상을 달성했지만 정규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이런 긍정적 분위기 속에 2021년 한화 수베로 감독에 이어 롯데 서튼 2군 감독이 그 해 5월 사퇴한 허문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으면서 KBO리그에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 3명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차례차례 몰락이 이어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2년 차인 2021년 58승10무76패로 9위로 추락한 뒤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사퇴했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수베로 감독.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4.28/
2021년 부임한 수베로 감독은 2년 연속 3할대 승률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3할4푼9리(106승15무198패)의 역대 외국인 사령탑 최저승률을 남긴 채 올 시즌 초 짐을 쌌다.

서튼 감독도 부임 첫해 50승8무50패로 승률 5할을 기록하며 희망을 보였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142경기(2경기는 대행체제) 63승4무75패(0.457)로 8위에 그쳤다.

올 시즌 초 9연승을 달리며 1위에 오르는 등 롯데 야구의 부활을 이끄는 듯 했지만 후반기 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롯데는 28일 현재 50승58패로 7위를 기록중이다.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롯데전. 김종국 감독이 1회 점수가 나자 기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8.12/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4대1로 승리하며 5연승을 질주한 한화. 최원호 감독이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27/
실패로 끝난 윌리엄스, 수베로, 서튼의 외국인 사령탑 실험. 달라진 시대를 읽지 못한, 어쩌면 이미 예정된 실패였는지 모른다.

외인 감독의 효용이 사라졌지만 해당 구단들은 이를 읽지 못했다. 애써 외면한 측면도 있다.

향후 당분간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성적을 떠나 시대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던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운 '편견 없는 소통'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다. 오히려 선수 출신 단장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자칫 팀 내 통일되지 못한 리더십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 사회 각계각층의 하위문화를 지배하던 경직된 상하관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아닌 매니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처럼 '용장'이란 미명 하에 강압적이고 일방적 리더십으로 팀을 장악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외국인 사령탑의 언어 장벽 문제로 인한 고립과 통역과 외국인 사단으로 인한 추가 부대 비용 문제 등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KIA와 한화에 이어 롯데 역시 올 시즌 종료 후 국내 인사로 새 사령탑을 선임할 전망이다.


'로이스터-힐만 신화'가 만든 환상 '윌리엄스-수베로-서튼' 예견된 참사…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롯데 이종운 수석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3.06.27/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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