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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험난한 첫승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느린 공, 더 느린 공'으로 승부하는 홍콩 투수들에게 진땀을 흘렸다.
승리는 기본, 콜드게임도 노크할 수 있는 수준 차이다. 기본적인 뜬공, 땅볼 처리조차 쩔쩔 매는 팀이다. 오는 2일 대만전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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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한국은 홍콩의 느린 공에 고전했다. 이날 홍콩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선발 렁충헤이와 마무리 알렉산더 척으로, 전광판 기준 120㎞대 초반을 넘지 못했다.
원태인이 시종일관 140㎞ 미만으로 표시됐고, 장현석 역시 140㎞를 가까스로 넘겼음을 감안하면 현장 스피드건을 마냥 믿을수는 없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한국 선수들 대비 확연히 느린 공이었다. 한국 타자들의 방망이가 결정적 순간마다 헛도는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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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연습 후 인터뷰에서 노시환은 "난 처음 보는 투수에 강하다. 컨디션이 좋은 만큼 느린 공을 잘 때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익숙해질만하면 투수가 바뀌는 홍콩의 벌떼 계투도 만만찮았다. 우완 좌완 사이드암을 오가며 타자들을 괴롭혔다
1회말 손쉽게 선취점을 뽑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1사 후 최지훈의 내야안타, 노시환의 볼넷, 2사 후 문보경의 적시타로 첫 득점을 따냈다. 추가 득점을 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홍콩의 두번째 투수 리호츠는 110㎞ 미만의 직구, 84㎞까지 내려가는 초슬로 커브로 한국 타선을 괴롭혔다. 2회말 볼넷으로 나간 박성한이 2루까지 훔쳤지만 점수와 연결되진 않았다.
3회말 나온 어이없는 오심에 흐름을 놓쳤다. 비디오 판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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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타구를 보며 멈춘 최지훈을 그대로 추월했다. 선행주자 추월규정에 따라 아웃. 그리고 최지훈은 당황스런 산책 주루로 2루에서 포스아웃됐다. 황금 찬스가 순간의 부주의로 삼중살로 무산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심판의 오심이 겹쳤다. 벤치로 돌아간 홍콩 선수단을 도로 불러낸 뒤 2사 1루, 그리고 1루에 2루주자였던 최지훈이 서라고 지시했다. 주자 추월 아웃을 보지 못했고, 최지훈과 노시환을 착각하기까지 한 어이없는 오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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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에야 비로소 타선에 불이 붙었다. 1사 1,2루에서 노시환의 적시타로 4이닝 만에 1점을 추가했다. 이어 홍콩 투수진의 연속 볼넷으로 밀문보경의 밀어내기 볼넷, 윤동희의 2타점 적시타, 박성한의 적시타, 김형준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9-0까지 차이를 벌렸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