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4년 간의 프로세스는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으로 롯데 단장직에 취임한 성 단장. '프로세스'라는 단어는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됐다. KBO리그 원년 구단이지만 단 한 번도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서보지 못한 채 보수적인 행보를 고수해온 롯데의 틀을 깨고, 젊고 역동적인 메이저리그식 운영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적극적인 트레이드와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퓨처스(2군)팀이 머무는 상동구장 투자 등 다방면에서 성 단장의 플랜이 펼쳐졌다.
그러나 4년 간의 행보 중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해 보상금 3억원을 주고 데려온 최민재도 성공하지 못했다. 입단 당시엔 성 단장이 스카우트 시절부터 눈여겨 온 포텐 넘치는 외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입단 후 4시즌 간 롯데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21년 21경기(타율 8푼)가 전부다. 외야 고민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야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지만, 확실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진 것도 없다. 일부 선수들은 포지션 변경 문제 탓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이었다.
성 단장 체제에서의 롯데는 매 시즌 갈등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첫 발을 뗀 2020시즌엔 허문회 감독과의 대립이 대표적이었고, 이듬해 허 감독이 경질된 이후 선임된 래리 서튼 감독과의 관계도 대외적으론 원만하게 포장됐지만, 내부엔 갈등요소가 적지 않았다. 결국 서튼 감독과의 갈등은 올 시즌 코치진 변경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내부 FA 계약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은 기존 선수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이 지역 라이벌팀인 NC 다이노스로 떠난 게 극명한 사례다. 이밖에 대외적으로 표출되지 않은 프런트 내부와의 갈등 요소 역시 적지 않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구단 수장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대표이사들이 직접 나서 문제를 봉합하려다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매 시즌 반복된 실패와 갈등, 파국은 '롯데 자이언츠'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굴지의 모기업, 구도 부산 연고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팬을 가진 롯데는 한때 KBO리그 대표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4년을 거치면서 그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성 단장과의 결별을 사실상 공식화한 롯데.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김 감독 선임을 계기로 코치진 선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 단장 체제에서 잦은 코치진 교체와 불안한 입지 탓에 롯데행에 대한 시선은 반반으로 갈린지 오래. 안정적으로 김 감독이 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신임 단장 선임 문제도 더욱 중요해졌다. 신임 감독 체제에 맞춘 선수단 개편과 지난 육성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향후 플랜 등 종합적인 그림을 확실하게 그릴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롯데 자이언츠'라는 구단 이미지 회복과 명확한 방향성 설정도 요구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