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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성공한 덕후'인 LG 트윈스 임찬규가 한국시리즈 3차전에 오른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21년전 LG의 역전패로 삼성이 우승했던 그날 11월 10일이 자신의 등판일이 됐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응원했던 LG가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상훈 코치님이 뛰어나가는 것을 보고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동점이 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당시 뛰었던 선수들의 이름 다 기억이 난다"면서 "그때 봤던 한국시리즈에 이제 내가 올라가서 던진다니…"라며 감격해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에 나간다고 생각을 하니 안믿겨졌다. 신난다는 느낌보다는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는 임찬규는 "이것 자체가 낭만인 것 같고,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있을까 싶었다"라고 했다.
"이 드라마가 잘 끝나려면 잘 던져야겠지만 일단 여기까지만이라도 그 이상의 드라마는 없을 것 같다"는 임찬규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극한의 상황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한국시리즈에 간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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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도 짧게 나마 LG의 암흑기를 보낸 세대다. 임찬규는 2011년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었다. LG가 200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한 이후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때다. LG는 2013년에야 정규리그 2위로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암흑기에서 탈출했다.
그래서 임찬규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게될 '엘린이'에겐 우승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임찬규는 "지금 엘린이들이 LG에 입단할 때 나처럼 우승이 없는 팀이면 안될 것 같다"고 웃으며 "더 자주, 많이 우승해서 좋은 팀으로 기억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4,5월 국내 선발이 힘들었을 때 임찬규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임찬규는 시즌 시작할 때 롱릴리프였으나 대체 선발로 들어왔고, 호투를 거듭하며 국내 에이스로 우뚝 섰다. 토종 최다승인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 지난 2년 간 구속 증가로 힘으로 붙다가 실패한 임찬규는 예전에 잘했던 터널링을 이용한 제구와 카운트 싸움으로 전략을 바꿨다. 빨라진 구속과 함께 14승으로 다승 전체 3위, 국내 투수 1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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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투수 때인 4월 2일 수원 경기서 2이닝을 던져 3실점을 기록했던 임찬규는 5월 17일 잠실 경기서 5이닝 8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7대3 승리와 함께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7월 5일 잠실 경기서 5이닝 동안 8안타 1볼넷 4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4대8 패배와 함께 패전 투수가 됐던 임찬규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7월 26일 수원에서 등판해 4⅓ㅇ닝 동안 6안타 4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팀이 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 패전 투수가 될 위기였으나, 8회 2점을 뽑아 동점이 되며 패전은 면했다. 당시 경기는 3대4 LG의 패.
KT전 선발 등판 기록은 3경기 1승1패 평균 자책점 5.65다. 홈런을 내주진 않았지만 피안타율이 3할5푼2리로 꽤 높았다.
김민혁이 부상으로 대타로만 나오는게 임찬규에겐 호재. 임찬규에게 7타수 4안타(타율 0.571)로 매우 잘쳤다. 2루타와 3루타도 각각 1개씩 때렸다. 강백호도 7타수 3안타(타율 0.429)로 좋았는데 부상으로 빠졌다.
톱타자 김상수도 7타수 4안타로 좋았고, 황재균도 6타수 3안타로 5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알포드가 10타수 3안타로 3할, 박병호가 8타수 2안타로 2할5푼을 기록. 배정대가 2타수1안타, 문상철이 3타수 1안타 등 대부분의 KT 타자가 임찬규에게 안타를 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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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의 성적이 결코 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등판에서 그 실력을 보여준다면 이번 FA 시장에서 선발 투수 최대어로 당당히 FA 신청서를 낼 수 있다.
낭만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임찬규의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이 드라마처럼 시작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