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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물꼬가 터지기는 했지만, 대박을 터뜨리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보라스 고객들' 얘기다.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9월 ESPN 인터뷰에서 "제드 호이어 컵스 사장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에게 내가 강조한 게 있다. 3년 동안 OPS가 0.80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고 0.900~1.000을 유지하면서 신인왕과 MVP에 올랐던 선수의 OPS가 갑자기 0.550~0.650으로 떨어졌다면, 그건 분명 기량 문제가 아니다"며 "코디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힘이 떨어졌을 뿐이다. 건강한 코디는 5툴 MVP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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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컵스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라스가 고집을 부리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기다리면 가격은 내려간다'는 시장의 정설이 딱 들어맞은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벨린저의 '높은 평균 연봉(AAV)-짧은 기간' 계약은 다른 보라스 고객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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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은 26일 '벨린저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다음 차례는 누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벨린저는 계약 첫 두 시즌 각 30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짧은 기간의 계약에 동의했다. 2025년 후 옵트아웃을 포기하면 2026년 연봉은 2000만달러'라고 전한 뒤 '이 계약이 보라스의 다른 고객들에게도 같은 방식의 계약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적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이다. 스넬은 작년 32경기에 선발등판해 180이닝을 던져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 234탈삼진을 마크하며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인 2018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최고 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처럼 명문 구단들이 스넬에게 대거 달려드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넬은 1992년 12월 생으로 올해가 31세 시즌이다.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어려운 다른 이유는 부상 경력과 '이닝 이터'와는 거리가 먼 '약골' 이미지 때문이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스넬은 사이영상을 수상한 두 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또한 통산 191번의 선발 경기 중 완투도 없다. 게다가 지난해는 전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9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보라스가 아무리 '포장술'에 능해도 한층 날카로워진 구단들의 시선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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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보라스의 또 다른 고객 조던 몽고메리도 마찬가지다. 몽고메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식 오퍼를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스턴 역시 시장을 주시하며 몽고메리의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스넬과 몽고메리의 예상 계약 규모에 대해 ESPN은 6년 1억5000만달러-5년 1억600만달러, MLBTR은 7년 2억달러-6년 1억5000만달러, 디 애슬레틱은 5년 1억3500만달러-5년 1억500만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지난달 28일 '스넬은 지금까지 딱 하나의 오퍼를 받았다. 양키스가 6년 1억5000만달러(약 1998억원)를 제시했다. 그런데 스넬은 9년 2억7000만달러(약 3596억원)를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무려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 차이였다.
즉 스넬은 AAV를 양키스가 제시한 2500만달러보다 높은 3000만달러 정도로 3~4년짜리 계약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옵트아웃 권리를 주면 보라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