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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ML 포스팅 가능한데…'포수' 강백호, ABS 최대 수혜자 될까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4-04-06 11:57 | 최종수정 2024-04-06 12:31


올겨울 ML 포스팅 가능한데…'포수' 강백호, ABS 최대 수혜자 될까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KT 포수 강백호가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05/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남자가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은 걸까.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로 활약했다. 강력한 어깨에서 뿜어져나오는 150㎞대 강속구는 일품이었다. 타자로도 눈부셨다. 2015년 청룡기에선 고척돔의 개장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고교생이 나무배트로 쳤다고는 믿기 힘든 그 타구에 야구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시선마저 끌어들였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18년 29홈런을 쏘아올린 '찐'재능이다. 타자 유망주 기근의 시대, 오랜만에 나타난 거포 유망주는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듬해부턴 정확도에 초점을 맞췄다. 3할3푼 이상의 고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는 최고 0.971(2021년)에 달했다. 1년 먼저 프로에 입문한 이정후와는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오랜 방황이 있었다. 외야수로 뛰던 강백호는 2020년부터 1루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의 뜻하지 않은 해프닝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아 흔들렸고, 2022년 FA로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소속팀에서의 입지마저 붕 떠버렸다.


올겨울 ML 포스팅 가능한데…'포수' 강백호, ABS 최대 수혜자 될까 …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8회초 수비를 마친 KT 포수 강백호가 이강철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04/
포지션이 1루와 지명타자로 제한된 탓이다. 전문 외야수가 아닌데다, 외야수로서 수비력을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너무 일찍 1루수로 자리잡았다는 시선이다. 결국 2022~2023년 2년 연속 230타석 가량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올해는 다시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겸하는 역할로 나섰다. 과거에 비해 공을 쪼개버릴 것 같은 파워와 위압감은 줄어들었지만, 이강철 감독은 클린업트리오 한자리를 맡길만큼 중용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포지션을 바꿨다. 이번엔 포수다.


물론 주전 포수 장성우를 대체하는 역할은 아니다. 강백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전격 도입된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도움이 결정적이다.

구심의 볼판정에 의존하던 지난해까진 포수의 프레이밍 중요도가 높았다. 포수의 역할은 볼배합, 2루 송구, 홈포구, 내야 백업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투수와의 소통과 공을 잡는 안정감이었다. 이른바 '덮밥' 캐칭이 많은 비판을 받은 이유중 하나다. 스트라이크가 될 공도 볼로 보이게 하고, 보는 입장에서도 뒤로 빠질까 안심이 안된다는 것. 배터리간의 신뢰가 깨지면 투수가 흔들릴수밖에 없다.


올겨울 ML 포스팅 가능한데…'포수' 강백호, ABS 최대 수혜자 될까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KT 강백호가 박기혁 코치와 타구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05/
하지만 이제 ABS 덕분에 공을 잡는 자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ABS는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만 관찰하기 때문. 반대 투구가 되면서 포수가 몸을 던져 간신히 받거나, '덮밥' 캐칭을 한다 한들 스트라이크가 볼로 바뀌진 않는다. 공을 잡았으면 그만이다. 2루 송구나 내야 백업 등 다른 뒷받침만 잘해내면 된다.

'조선의 4번' 이대호는 2021년 5월 8일 대구 삼성전에서 경기 막판 포수로 출전한 적이 있다. 워낙 거구인데다 포수에 익숙지 않다보니 몸을 던지는 블로킹은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데다, 센스가 좋아 커브나 포크볼 같은 변화구도 마치 1루에서 포구하듯 미트로 잡아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강백호 역시 프로에서 전문 포수로 성장한 선수는 아니다. 다만 야구 센스가 워낙 좋고, 포수 경험도 없는 선수가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조심스럽게 포수로 출전시켜보고, 공을 '잡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 하에 본격적으로 준비시킨 것.


올겨울 ML 포스팅 가능한데…'포수' 강백호, ABS 최대 수혜자 될까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9회말 무사 LG 김현수의 타구를 KT 포수 강백호가 잡아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05/
급기야 5일 LG 트윈스전에선 주전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하자 10회말 시작을 앞두고 '전문 포수' 김준태에게 마스크를 넘기긴 했지만, 프로 데뷔 이래 첫 포수로서 9이닝을 소화했다.

팀별 저격 라인업 구성 등 KT의 포지션 유연화는 물론 강백호 개인에게도 엄청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강백호만한 타격을 가진 선수가 공격형이나마 포수로 정착한다면 한층 몸값 상승도 기대할만하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백호도 올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할 권리를 얻는다.

지금 당장은 장성우의 체력 문제에 보탬만 돼도 충분하다. 포수 강백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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