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격수다' 문구가 적힌 모자를 든 주승우.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키움 주승우.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05/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확실히 각성도 되는 거 같고…."
주승우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서울고 시절 포수였던 강백호(KT)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대통령배 우승을 이끄는 등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성균관대로 진학했고, 대학교 시절 구속이 시속 15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키움에 지명됐다.
많은 기대를 받고 프로 입성에 성공했지만, 첫 2년 간은 다소 고전했다. 첫 해 4경기에서 3⅓이닝 동안 5실점(4자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1경기에 나와 16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9.56에 그쳤다. 강한 공을 던지면 제구가 다소 흔들렸고, 제구에 신경쓰면 구위가 떨어졌다.
올 시즌 주승우는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6경기에 나와 허용한 점수는 0점. 6⅔이닝 동안 1안타에 그쳤고, 삼진은 7개나 잡아냈다. 고질적 약점으로 꼽혔던 제구도 안정적으로 되면서 4사구는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어느덧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로 거듭나면서 필승조 역할을 했고, 어느덧 4홀드를 기록했다.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키움 주승우.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05/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SSG의 시범경기, 키움 주승우가 역투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14/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는 박성한-추신수-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상대로 깔끔하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2㎞까지 나왔다.
1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호투는 이어졌다. 3번타자 빅터 레이예스부터 시작되는 상황. 주승우는 레이예스를 투수 땅볼로 잡은 뒤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정훈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학주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가 나왔고, 포크(2개), 슬라이더(1개)를 섞었다.
주승우는 "계속해서 결과가 좋다보니 자신감이 생긴 거 같다. 이 자신감을 믿고 던지더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투구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그는 해답을 찾았다. 주승우는 "팔 동작이 짧아지고 간결해졌다. 그러면서 더 폭발적인 힘을 내는 거 같다"라며 "그동안 내가 안 되는 점은 알고 있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대학교 때 폼과 1~2년 차 때 폼을 영상을 보면서 비교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팔 동작이 커져서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바꾸는데 시간이 걸렸다. 또 공을 던지기 전에 글러브 위치도 확실하게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았다"고 했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초 LG 오스틴 강습 타구를 키움 주승우가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29/
시즌 초반 이승호 투수코치의 한 마디는 주승수의 '투지'를 일깨웠다. 주승우는 "투수코치님께서 투수는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라고 하셨다"라며 "확실히 그 말이 마운드에서 나를 각성시키는 거 같다. 자신감도 더 생긴다. 항상 마운드에서 되뇌고 있다. 교체돼서 올라갈 때나 볼카운트 싸움을 할 때도 '공격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승우는 '나는 공격수다'라는 말을 모자에 새겨두기도 했다.
주승우는 "최근 야구가 재밌기도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또 떨어질 수 있으니 아직 불안한 마음도 솔직히 있다"라며 "그래도 기회가 온 게 감사하다. 지금은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