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SSG 랜더스 최정의 표정은 담담했다.
최정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팀이 3-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최정은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과 타이를 이뤘다.
극적인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 SSG가 3-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만난 투수는 올 시즌 등판한 8경기를 모두 세이브로 장식한 KIA 마무리 정해영. 최정은 3B1S에서 들어온 5구째 몸쪽 높은 코스의 147㎞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렸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 이어진 타석에서 에레디아의 안타에 이어 한유섬마저 우월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리며 SSG가 6대4로 승리, 최정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사진제공=SSG 랜더스
최정은 경기 후 "동점만 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홈런으로 (동점이) 그렇게 돼 기분이 좋다"며 "첫 타석부터 부담이 많이 됐다. 타석에서 집중하지 못했다. 이상한 생각도 많이 들고 욕심도 내면서 어이없는 공에 손이 나가기도 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9회말 2사후에 타석에 들어가 마음은 좀 편했다. 그런데 유리한 카운트가 찾아왔고, 상대 투수가 자신 있어 하는 곳에 공을 던질 것을 예상하고 타이밍을 맞췄는데 홈런이 됐다"고 홈런 장면을 복기했다. 그러면서 "타이 기록에 너무나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SSG 랜더스
8회 2사후 안타와 볼넷이 기록으로 연결됐다. 고명준 이지영이 각각 안타, 볼넷을 얻어 9번 타자 김성현까지 기회가 이어졌다. 앞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최정에겐 9회말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최정은 "9회에 정해영과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찬스에서 걸렸다면 또 부담이 됐겠지만, 2사후라 마음 편하게, 과감하게 배트를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계속 결과가 안나오다 (네 번째 타석이었던) 7회에 안타가 나왔다. 그때부터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냥 오늘은 1안타, OK' 이런 느낌으로 만족한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그래서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05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2년차였던 200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써내려왔다. 이날 홈런으로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에도 한 개차로 다가섰다.
◇사진제공=SSG 랜더스
최정은 "처음엔 홈런 타자라고 의식하지 않았다. 제대로 홈런 메커니즘을 안건 2012년 당시 넥센 강윤구를 상대로 친 홈런부터였다"며 "이전까진 밀어서 홈런을 친다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중월로 넘겼다. 여지껏 쳐보지 못한 터치감을 느꼈고 '이거다' 싶어 그때부터 잘 유지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 1개의 홈런이 더해지면 최정은 누구도 걷지 못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최정은 "(타이 기록을 앞두고) 긴장감을 한 번 경험했으니 이제 됐다. 기록을 깬다기 보다 (주변의 관심을 받는)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이제는 은퇴할 때까지 매년 두 자릿수 홈런만 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