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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꽃 같던 팬들의 염원, 드디어 이뤄지는걸까.
3월 한 달간 7승1패로 승률 1위였던 한화는 4월 6승17패의 처참한 성적 속에 승패마진을 까먹었다. 6월 2일 '명장' 김경문 감독을 데려오는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으나,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8월 14승10패로 승패마진 흑자를 기록했고, 중위권 혼전 양상 속에서 어느덧 5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최근 한화의 경기력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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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선수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시즌 중반, 처질대로 처진 팀 분위기를 재건하고 새 시즌 희망을 보기엔 주어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는 "사실 부임 후 두 달 동안은 정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자양분이 된 건 꺼질 줄 모르는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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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한화 팬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홈 경기는 물론, 원정 때도 좌석을 다 채우더라"며 "스프링캠프에서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운동했다면 적어도 가을야구에 이런 팬들을 모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끝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좀 더 강한 팀이 돼 팬들을 가을 잔치에 모셔 기쁘게 할 수 있는 팀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결과는 단순히 의지와 팬심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실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과도 따라올 수 없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선수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승부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승부는 지난 23~25일 잠실 두산전. 당시 한화는 베테랑 채은성 안치홍이 이탈한 가운데 두산을 잇따라 격파하면서 2005년 6월 4~6일 청주 3연전 이후 19년, 일수로는 무려 7020일 만에 두산전 스윕에 성공했다.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완벽한 신구 조화와 마운드의 힘, 집중력으로 이뤄낸 스윕승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의 가슴 한켠에 있던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낸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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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