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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미 가을야구는 좌절됐다. 하지만 '내년은 다르다'를 외칠 주인공이 또한명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1군 등판 경험이 6경기 6이닝, 평균자책점 9.00에 불과했다. 퓨처스에서도 평균자책점 5점대 중반에서 6점대 후반까지, 인상적인 기량을 보여주진 못했다.
다만 박진은 지난해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남겼다. 래리 서튼 전 감독의 브리핑 현장에 갑작스럽게 배영수 당시 1군 투수코치가 난입했던 것. 그는 "2군에 박진이란 투수가 있다. 공이 말도 안되게 좋다. 오늘 당장 1군에 올려쓰고 싶다"고 제안했다. 엔트리 변경 시간 때문에 부득이하게 브리핑에 뛰어들었던 것. 코치의 노력에도 결국 박진의 1군 등록은 다음날 이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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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겐 민망했던 첫 만남의 기억도 있다. 2022년 겨울, 김해 상동에서 열린 마무리캠프를 취재하러 간 길에 신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요청하고 기다리던 중 박진이 들어왔다. 롯데 담당기자를 맡은지 2년째였지만, 박진과는 첫 만남이었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요청한 신인 선수가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른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잘못 찾아왔고, 기자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박진 역시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미안함에 사과부터 건넸다. 박진은 미소로 답했다.
박진에겐 말 그대로 인생 역전, 스텝업의 한 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고 칭찬했다. 불펜도 아닌 선발로 기회를 얻고 있다. 박진은 "새로운 경험을 쌓는 한 해네요, 아쉬움도 많이 남는 시즌입니다"라고 답했다.
"1군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올해까지 프로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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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에서 롱런하기 위해선 확실한 결정구를 갖추는게 과제다. 박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공으로 타자를 무조건 잡을 수 있다, 그런 구종을 하나 만드는게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컷패스트볼을 익히려고 노력중입니다. 슬라이더나 스플리터도 던지는데, 둘다 종적인 변화를 주는 편이라…좀더 횡적인 변화를 주고자 컷패스트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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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발등판이던 9월 11일 인천 SSG전에서 3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았다. 17일 부산 LG 트윈스전 3⅓이닝 3실점도 경기 내용이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기어코 사고를 쳤다. 박진은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대투수' 양현종과의 맞대결에서 6이닝 1실점 7K로 호투, 생애 첫 선발승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장식하며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