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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최하위에서 나홀로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필요한 기간은 단 한 달. 한화 이글스가 '고공 행진'을 시작했다.
초반 분위기를 좀처럼 타지 못했던 한화는 순위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4월3일 대전 롯데전 패배로 10위로 떨어진 한화는 9일 두산전까지 숫자를 바꾸지 못했다. 승패 마진은 최대 -6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초보 사령탑이었다면 우왕좌왕 흔들릴 수 있던 출발.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은 확실한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믿음의 야구'로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은 한화에서도 기다림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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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렇게 못 치나 저렇게 못 치나 같다. 도망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라"고 자신감을 끊임없이 불어 넣었고, 결국 타선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노시환이 5경기 5홈런을 치고, 채은성이 3경기 10안타를 치는 등 타선에 불이붙었다. 동시에 문현빈 이진영 황영묵 등도 1군 선수로 완벽하게 정착했다.
한 번 혈을 뚫은 타선은 필요한 순간 하나씩 해결해주기 시작했다. 화끈하게 대량 득점은 아니지만, 투수의 호투가 빛날 수 있도록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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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과감한 투자 방향 역시 투수진 안정의 배경이 됐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좋은 유격수 심우준과 '13승 투수' 엄상백을 영입했다. 심우준의 수비력은 실점을 지우는 야구를 했고, 엄상백의 가세로 선발 로테이션은 더욱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지난해 김 감독이 면담을 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은 김서현은 마무리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자 승리가 무섭게 쌓여갔다. 하늘도 한화를 도왔다. KBO는 올해 어린이날이 월요일에 있자 경기를 편성하며 9연전을 만들었다. 선발진 운영이나 선수 체력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 한화는 두 차례 우천 취소를 경험하며 변수를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사실 걱정을 좀 했는데 날씨가 많이 도와줬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며 9연전 기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8연승을 달렸고, 2연패 후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며 7일 대전 삼성전 승리로 9연승까지 닿았다. 한화의 9연승은 2005년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무등 KIA전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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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단독 1위에 오른 건 2007년 6월2일 이후 약 18년 만이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사령탑을 하며 14시즌 중 10시즌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가을야구 청부사'로 이름을 날렸다. 아직 시즌 초반으로 100경기 넘게 남아있어 섣부른 축배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오래된 승리 기록을 하나 둘씩 소환하면서 '약팀 한화'의 이미지는 조금씩 옅어지기에 시작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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