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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기적 스토리'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5-05-08 19:45


'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
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가 연장 승부 끝 3대2로 승리하며 5연승을 달렸다. 선수들이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5.02/

[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최하위에서 나홀로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필요한 기간은 단 한 달. 한화 이글스가 '고공 행진'을 시작했다.

올 시즌 한화의 출발은 '역대급'이었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팀 타선이 집단 부진에 빠졌고, 팀 타율은 1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사령탑으로 17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에게도 낯선 출발이었다. 김 감독은 초반 부진에 "연패에 빠진 적은 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당혹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초반 분위기를 좀처럼 타지 못했던 한화는 순위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4월3일 대전 롯데전 패배로 10위로 떨어진 한화는 9일 두산전까지 숫자를 바꾸지 못했다. 승패 마진은 최대 -6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초보 사령탑이었다면 우왕좌왕 흔들릴 수 있던 출발.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은 확실한 해법을 가지고 있었다. '믿음의 야구'로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은 한화에서도 기다림을 택했다.

타순에 작은 변화는 뒀지만, 큰 틀은 최대한 유지했다. 선수가 조급함에 빠지지 않게 충분하게 기회를 제공했다.


'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
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한화전. 한화가 3대1로 승리하며 8연승을 질주했다.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6/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1안타로 패배한 경기까지 나왔다. 김 감독은 "이렇게 타격이 안 맞아서 지는 건 처음이라 답답한 마음은 있다"라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감독은 답답해도 웃으면서 말을 아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김 감독은 "이렇게 못 치나 저렇게 못 치나 같다. 도망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라"고 자신감을 끊임없이 불어 넣었고, 결국 타선도 깨어나기 시작했다. 노시환이 5경기 5홈런을 치고, 채은성이 3경기 10안타를 치는 등 타선에 불이붙었다. 동시에 문현빈 이진영 황영묵 등도 1군 선수로 완벽하게 정착했다.


한 번 혈을 뚫은 타선은 필요한 순간 하나씩 해결해주기 시작했다. 화끈하게 대량 득점은 아니지만, 투수의 호투가 빛날 수 있도록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 삼성의 경기. 양상문 코치와 상의하는 김경문 감독.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7.25/
타선이 점수를 뽑아내면서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투수진도 더욱 압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감독과 단장 등 경험이 풍부한 양상문 투수코치는 김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투수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양 코치가 이야기하는 건 들어야 한다. 감독으로도, 코치도로 경험이 많다"라며 존중했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 방향 역시 투수진 안정의 배경이 됐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좋은 유격수 심우준과 '13승 투수' 엄상백을 영입했다. 심우준의 수비력은 실점을 지우는 야구를 했고, 엄상백의 가세로 선발 로테이션은 더욱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지난해 김 감독이 면담을 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은 김서현은 마무리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자 승리가 무섭게 쌓여갔다. 하늘도 한화를 도왔다. KBO는 올해 어린이날이 월요일에 있자 경기를 편성하며 9연전을 만들었다. 선발진 운영이나 선수 체력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 한화는 두 차례 우천 취소를 경험하며 변수를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사실 걱정을 좀 했는데 날씨가 많이 도와줬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며 9연전 기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8연승을 달렸고, 2연패 후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며 7일 대전 삼성전 승리로 9연승까지 닿았다. 한화의 9연승은 2005년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무등 KIA전 이후 20년 만이다.


'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
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한화전. 한화가 10대6으로 승리하며 9연승, 단독 1위에 올랐다.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7/
승패마진을 플러스(+)로 바꾼 한화는 빠르게 선두 독주를 달리고 있던 LG 트윈스를 추격했다. LG는 올 시즌 개막 16경기에서 14승2패를 거두며 일찌감치 1강으로 올라서는 듯 했다. 한화는 4월말 LG와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웃으면서 승차를 줄여갔고, 결국 2위로 끌어내리는데까지 성공했다.

한화가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단독 1위에 오른 건 2007년 6월2일 이후 약 18년 만이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사령탑을 하며 14시즌 중 10시즌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가을야구 청부사'로 이름을 날렸다. 아직 시즌 초반으로 100경기 넘게 남아있어 섣부른 축배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오래된 승리 기록을 하나 둘씩 소환하면서 '약팀 한화'의 이미지는 조금씩 옅어지기에 시작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꼴찌'에서 '단독 1위'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백전노장 뚝심이 만든 …
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한화전. 한화가 3대1로 승리하며 8연승을 질주했다. 김경문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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