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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코치 일을 하며 느끼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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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통상 이적 후 전 소속팀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새 팀 코칭스태프에 감사 인사를 하기 바쁘다. 그런데 왜 이정훈은 2군에서 함께 했던 전 소속팀 코치들을 언급했을까.
1군 전력 만으로 잘하는 게 아니다. 뎁스가 두툼해졌다.
야수진에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졌다. 선발진도 박세웅, 김진욱, 나균안이 부진으로 모두 2군을 들락날락 하거나 보직이 바뀌었다. 하위권으로 처져도 이해가 가는 상황인데, 잇몸으로 잘 버티는 걸 넘어 새 얼굴이 끈기와 투혼의 야구를 해버리니 만족스러운 성적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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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이 빠진 자리에는 장두성이 나타나 스타가 됐다. 장두성도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는데, 그 자리를 김동혁이 메웠다. 20일 삼성전에는 중견수 포지션에 신인 한승현이라는 선수가 나타나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한화 6연승을 저지한 경기에서는 신인 포수 박재엽이 공-수 영웅이 됐다. 손호영까지 부상으로 빠져 골치가 아플듯 했지만, 한태양이 물 만난 고기처럼 방망이를 휘두른다. 독립구단에서 영입한 육성선수 박찬형은 1군 첫 타석에서 150km 초구를 받아쳐 안타를 쳤다.
김태형 감독의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백업이었던 선수들, 내가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2군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준비를 잘 시켜준 덕"이라며 음지에서 고생하는 2군 코칭스태프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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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타 박재엽도 "2군에서 이병규 코치님, 문규현 코치님, 박정현 코치님과 투수 코치님들 전부 너무 잘해주셔서, 내가 주눅들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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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코치는 무척 힘들다. 낮 시간 동안 땡볕에서 훈련하고 경기한다.
물리적 고충보다 더 많이 힘든 건 관심이 크게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대충 하루를 때우는 식으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83년생 두 동갑내기 코치의 목표는 오직 하나, '1군에 필요한 선수를 만들어보자'는 일념 뿐이다. 이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과 부대끼며 구슬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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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도자는 연일 이어지는 선수들의 '샤라웃(존경과 감사의 표현)'에 몸둘 바를 몰랐다.
문규현 코치는 "김용희 감독님부터, 여기 계시는 모든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위해 밤낮 없이 애쓰시는 건 똑같다"면서 "어린 나이에 수석코치 경험을 하다보니, 선수 특성에 따라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가 보이더라. 내 파트가 수비다 보니, 일단 수비와 주루 등 기본 플레이를 잘해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늘 얘기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병규 코치 역시 "기술도 중요하지만,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내가 처한 상황 등을 정확하게 인지시켜주고 프로 선수로서 해야할 행동과 의무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를 해준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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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코치는 마지막으로 "퓨처스 육성팀에게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이 분들이 안계셨다면 2군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도 못 가고, 동기부여가 안됐을 것이다. 1군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처럼 지원해주신다. 이 분들이 있기에 '상동 자이언츠'가 빛날 수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롯데는 올해 2군 선수단도 1군이 있던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돈 쓴 효과는 분명히 있다. 프런트의 지원 속에 현장도 힘을 얻는다는 것이 문 코치의 생각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