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샤라웃'을 잊지 않을까

김용 기자

translation

기사입력 2025-06-22 00:26 | 최종수정 2025-06-22 05:07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코치 일을 하며 느끼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싶다."

6월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이적해, 이틀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린 이정훈이 인터뷰 대상자가 됐다. 롯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4번타자 자리까지 꿰차며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이정훈. 그날 이정훈은 인터뷰를 마친 후 "할 말이 더 있다"고 급하게 취재진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정훈은 "롯데 2군에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문규현 코치님, 이병규 코치님이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그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2사 2루 KT 이정훈이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5/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보통 이적을 한 후에는 전 소속팀 얘기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자신에게 기회를 준 새 팀 코칭스태프에 감사 인사를 하기 바쁘다. 그런데 왜 이정훈은 2군에서 함께 했던 전 소속팀 코치들을 잊지 않았을까.

롯데팬들은 요즘 행복하다. 야구를 잘한다. 주중 선두 한화 이글스에 위닝시리즈를 거두더니, 삼성 라이온즈까지 잡으며 3연승을 달렸다. 3위다. 선두 한화와 2경기, 2위 LG 트윈스와 1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냥 잘하는게 아니다. 야수진을 보면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다 빠졌다. 선발진도 박세웅, 김진욱, 나균안이 부진으로 모두 2군을 들락날락하거나 보직이 바뀌었다. 이론상(?)으로는 하위권으로 처져도 뭐라 하기 힘든 상황인데, 잇몸으로 잘 버티는 걸 넘어 끈기와 투혼의 야구를 해버리니 만족스러운 성적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6회초 1사 장두성이 안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야수들을 보면 황성빈의 빈 자리에 장두성이 스타가 됐다. 장두성도 불의의 부상으로 빠졌는데, 그 자리를 김동혁이 채웠다. 20일 삼성전에는 중견수 포지션에 신인 한승현이라는 선수가 나타나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한화 6연승을 저지한 경기에서는 신인 포수 박재엽이 공-수 영웅이 됐다. 손호영까지 부상으로 빠져 골치가 아플까 했더니, 한태양이 물 만난 고기처럼 방망이를 휘두른다. 독립구단에서 영입한 육성선수 박찬형은, 1군 첫 타석 150km 초구를 받아쳐 안타를 친다.

이러니 김태형 감독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김 감독은 "백업이었던 선수들, 내가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2군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준비를 잘 시켜준 덕"이라며 음지에서 고생하는 2군 코칭스태프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7회말 2사 1루 롯데 박찬형이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9/

그런데 이 선수들 입에서 꼭 두 코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프로 첫 안타 영광의 박찬형은 "퓨처스에서 문규현 코치님이 1군에 가려면 수비, 주루 부분에서 탄탄해야 한다고 하셨다. 기본기부터 다졌던 것이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병규 코치님도 타격 타이밍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오늘 타석에서도 직구에 타이밍이 늦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두 코치에 공을 돌렸다.

새로운 스타 박재엽도 "2군에서 이병규 코치님, 문규현 코치님, 박정현 코치님과 투수 코치님들 전부 너무 잘해주셔서, 내가 주눅들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6회말 롯데 박재엽이 안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내야의 활력소 한태양은 "문규현 코치님과 매일같이 얼리조로 수비 훈련을 했다. 1군 적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외야의 에너자이저 김동혁은 "이병규 코치님이랑 타격 타이밍에 대해서 얘길 많이 나눴다. 잘 적응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2군 코치. 힘들다. 낮 시간 땡볕에서 훈련하고 경기한다. 가장 힘든 건, 관심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대충 하루를 때우는 식으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83년생 두 동갑내기 코치는 오직 하나, 1군에 필요한 선수를 만들어보자는 일념 하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과 부대낀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4회말 2사 1,3루 롯데 김동혁이 2타점 3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8/
문 코치는 2군 수비 파트를 맡고 있다. 서튼 감독 시절 1군 수석코치까지 역임했다. 이 코치는 타격. 두 사람은 이어지는 선수들의 '샤라웃'에 몸둘 바를 몰랐다. 문 코치는 "김용희 감독님부터, 여기 계시는 모든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위해 밤낮없이 애쓰시는 건 똑같다"고 말하면서 "어린 나이에 수석코치 경험을 하다보니, 선수 특성에 따라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가 보이더라. 내 파트가 수비다보니, 일단 수비와 주루 등 기본 플레이를 잘해야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늘 얘기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 역시 "기술도 중요하지만,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내가 처한 상황 등을 정확하게 인지시켜주고 프로 선수로서 해야할 행동과 의무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를 해준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을 설명했다.


'나오면 다 터진다' 주전보다 무서운 '상동 자이언츠'...왜 두 코치 …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2회말 롯데 한태양이 2루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9/
그러면서도 두 사람 모두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 잘하고, 이렇게 얘기를 해줄 때 코치 생활 최고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아직 우리 롯데에는 터질 선수들이 더 많다. 김동혁, 박찬형 외에도 이태경, 김세민, 김동현, 한승현 등이 충분히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코치는 마지막으로 "퓨처스 육성팀에게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이 분들이 안계셨다면 2군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도 못 가고, 동기부여가 안됐을 것이다. 1군 선수들이 운동하는 것처럼 지원해주신다. 이 분들이 있기에, '상동 자이언츠'가 빛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올해 2군 선수단도 1군이 있는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게, 프런트의 지원 속에 현장도 힘을 얻는다는게 문 코치의 생각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