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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가 실종됐다. 롯데 박세웅이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난타를 당했다. 박세웅은 1회말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우월 홈런을 얻어맞았다. 시속 148㎞짜리 직구를 몸쪽에 붙이다 장타를 허용했다. 0-1. 1사 후에는 위즈덤에게 우중월 홈런을 얻어 맞았다. 위즈덤의 시즌 18호포. 박세웅의 슬라이더를 통타했다.
2회말에도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했다. 상대 타자는 김호령. 요즘 타격감은 좋아도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는데, 박세웅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마수걸이포를 뺏었다. 지난해 4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447일 만의 홈런이었다. 박세웅이 홈런을 조심해야 할 타자에게 맞은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4회말에도 추가점을 내줬다. 박세웅은 선두타자 김호령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1사 후에는 김규성에게 2루수 왼쪽 내야 안타를 내줘 1, 3루가 됐다. 고종욱이 2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타점을 올려 0-5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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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벤치는 박세웅을 더는 마운드에 둘 수 없었고, 정현수로 교체했다. 정현수는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무너졌다. 최원준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가 됐고, 김호령이 중월 만루포를 터트려 순식간에 0-10까지 벌어졌다. 김호령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그리고 생애 첫 멀티 홈런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정현수는 10점차에도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한준수와 김규성을 볼넷, 고종욱을 내야안타로 내보내 또 한번 무사 만루를 만들고 김상수로 교체됐다. 김상수는 1사 만루에서 위즈덤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해 0-12가 됐다. 1사 2, 3루에서는 최형우가 1루수 땅볼로 타점을 올려 0-13까지 도망갔다.
선발 박세웅이 초래한 위기가 불펜까지 전염돼 거의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롯데는 2위 사수가 걸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6회말 수비를 앞두고 주전을 대거 교체했다. 포수 유강남은 손성빈, 1루수 정훈은 2루수 이호준, 우익수 레이예스는 좌익수 한승현, 좌익수 전준우는 중견수 장두성으로 교체됐다. 3루수 박승욱은 1루수, 2루수 한태양은 3루수, 중견수 김동혁은 우익수로 이동했다. 경기 포기 선언이었다.
롯데는 시즌 성적 4승37패3무를 기록해 LG와 공동 3위가 됐다. 2위 KIA와는 여전히 0.5경기차지만, KIA에 하루는 역전패, 하루는 영패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이른 시일 안에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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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