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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가까운 프로야구사에서 이른바 '왕조'로 꼽히는 팀은 해태(기아 전신), 현대, 삼성, SK(SSG 전신) 정도이고, 마지막 왕조는 두산이다. 그런데 그 두산이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7회 연속 진출과 3회 우승을 이뤄냈던 기간이 김재호의 전성기와 정확히 겹친다. 이는 이른바 '센터 라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야구에서 센터 라인은 수비 시 다이아몬드 중앙에 세로로 늘어선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뜻한다. 하위 팀들은 이 '중심선'이 약한 공통점이 있다. 두산이 매년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걸 당연시하던 시절 유격수는 언제나 김재호였고, 포수, 2루수, 중견수도 최정상급이었다.
센터 라인은 야구뿐 아니라 모든 팀 스포츠에서 중요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이 기적 같은 4강을 이뤘던 건 홈그라운드 이점도 있었지만, 센터 라인이 역대 최강이었던 덕분이란 평가가 많다. 홍명보-유상철-황선홍 등으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은 기량과 경험 면에서 당시 절정에 달했고 오랜 세월 손발을 맞춰 호흡도 잘 맞았다. 농구, 핸드볼, 배구 등 다른 단체경기 역시 중앙 라인이 강력한 팀이 강호로 평가받는다.
인체도 척추가 무너지면 설 수조차 없듯 중심이 탄탄히 서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원리는 국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세계정세의 격변 속에 새로운 도전에 처한 대한민국 정부의 센터 라인은 뭘까. 모든 분야가 다 소중하겠지만 한 나라가 외적으로부터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이 생계를 걱정 없이 이어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듯하다. 국정의 센터 라인은 안보와 경제라는 얘기다. 이 양대 축이 무너지면 복지도, 문화도, 여가도 누릴 수 없게 된다. 부국강병(富國?兵)은 인류사에서 경험으로 축적돼온 국가 운영 최우선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