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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마다 얘기만 하니, 미쳐버리겠어."
하지만 타격 전문가 김 감독은 김호령의 방망이를 낮게 평가하지 않았다. 안좋은 부분들만 고치면, 타격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로 봤다. 일단 펀치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믿고 데뷔 시즌, 10라운드에 뽑힌 대졸 외야수에게 무려 103경기를 뛰게 해줬다. 보통 감독이 직접 선수들 지도를 잘 하지 않지만, 김 감독은 김호령에게만큼은 열과 성을 다했다.
2016 시즌 김호령은 사실상 KIA의 주전 중견수였다. 124경기, 514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2할6푼7리. 121개의 안타, 8개의 홈런을 쳤고 도루도 19개를 기록했다. 수비는 '완벽 그 자체'니 타격에서 조금만 더 임팩트를 남기면 부동의 주전 중견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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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도 그런 김호령에게 더 기회를 줄 수 없었다. 여기에 KIA는 2017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최형우-버나디나-이명기 외야진이 견고했다. 특히 2017 시즌 초반 트레이드로 온 이명기가 외야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만약, 김호령이 비시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김 감독을 안심시켰다면 과연 트레이드가 이뤄졌을까. 이렇게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KIA는 우승팀이 됐고, 이후 김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렇게 김호령도 잊혀지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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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5년 김호령의 프로 11년차. 대반전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 KIA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결국 김호령에게까지 기회가 왔다. 최근 김호령은 완전히 달라진 방망히 실력으로, '함평 타이거즈 대반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무려 3할2푼4리. 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에 멀티포까지 때려내는 '인생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김호령은 김 감독을 떠올렸다. 그는 "신인 때 김기태 감독님과 박흥식 타격코치님이 지금처럼 말씀을 해주셨는데, 당시에는 많이 흘려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폼을 왔다갔다 많이 했다. 이제는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호령 뿐 아니라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도 울림이 될 수 있는 메시지다. 자신이 최고라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의 야구 철학이나 방법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카데미 과외 선생님들에 더 의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도자는 선수의 커리어를 망치려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짧게는 십수년, 길게는 수십년 야구를 더한 선배들의 조언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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