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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벤치의 지시는 '치지말고 가만히 있어라'였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이후 13년만에 잡은 방망이에 마무리 투수의 가슴이 뛰었다. 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대 베테랑 투수 원종현의 146㎞의 직구에 강하게 휘둘렀고 잘맞힌 타구가 날아갔다. 너무 잘맞아서 우익수까지 날아가 아웃.
경기 중반 포수로 나서면서 투수가 타자로 들어가게 됐는데 박명근이 8회초 등판하면서 7회말 대타로 들어간 문보경을 대신해 들어갔고 그래서 유영찬이 박명근 자리인 7번 타자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8회말이 5번 문성주부터 시작돼 유영찬에게도 차례가 왔다. 마무리 투수라 대타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 2사 후 헬멧에 방망이를 들고 나온 유영찬은 왼쪽 타석에 섰다. 프로 데뷔 후 첫 타석이었고 우투좌타인 것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초구 몸쪽 낮게 온 144㎞의 직구를 잘 피한 유영찬은 가운데로 온 2구째 146㎞의 직구를 강하게 때렸다.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간 타구는 그러나 우익수가 기다리는 곳으로 정확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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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팔꿈치 보호대, 장갑 등 타격 장비는 모두 문보경의 것을 빌렸고 방망이만 가벼운 구본혁의 것을 가지고 나갔다.
벤치의 지시는 치지 말라는 것. 자칫 방망이 휘두르다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수의 욕구는 어쩔 수 없었다. 13년만에 타석에 서도 유영찬도 야구 선수였다.
유영찬은 "타석에 들어가니 치고 싶더라. 자신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중학교 이후라면 140㎞ 이상의 빠른 공을 쳐본적이 없었을테지만 유영찬은 "투수들과 캐치볼을 해왔기 때문에 빠른 공은 계속 봐왔었다"며 칠만했다고 했다.
주두골 스트레스성 미세 골절로 인해 지난 6월 1일에야 돌아온 유영찬은 마무리 투수로 든든하게 LG의 뒷문을 막았다. 14경기서 1승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그가 없었다면 LG가 2위 자리라도 지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승리 기회를 잘 지켜냈다. 심지어 8회에도 위기 상황에 올라와 막아내면서 마무리 투수의 위용을 보였다.
유영찬은 그러나 "기존에 있던 선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한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잘던질 수도 있었기에 아쉬운 것도 있었다"며 "후반기엔 전반기에 못한만큼 더 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다치지 않고 빠지지 않고 던지는게 제일 중요하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