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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의 '색깔'이 마운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일 인천 SSG전 마운드 운용에 조 감독대행의 철학이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기본 속에 변칙이 돋보였다.
1-1로 맞선 8회말, 마무리 김택연이 등판했다. 두산이 9회초 2-1 리드를 잡았다. 9회말은 필승조 박치국이 나와서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대행의 설명은 달랐다.
조 감독대행은 8회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봤다. "동점 상황으로 8회에 들어가면 김택연으로 가기로 정해놨었다. 상대 대타 타이밍이었다. 8회 김택연 9회 박치국이 그날만큼은 우리한테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 김택연을 더 중요한 상황에 먼저 내려고 했던 것 뿐 마무리를 변경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8회에 우리가 앞서고 있었다면 순리대로 그냥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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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SSG는 9번타자부터 시작이었다. 조성환 대행 예상대로 대타가 나왔다. 대타 이후 1번 최지훈 2번 에레디아 3번 최정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타순이다. 박치국을 먼저 올렸다가 주자가 한 두 명이라도 쌓이면 어차피 김택연을 조기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승리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 타이밍이라 김택연을 먼저 쓴 것 뿐이다
조성환 대행은 후반기에 돌입하며 불펜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피로도가 덜한 선수들 위주로 기용하려고 한다.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 개념을 지키면서 건강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이런 맥락에서 김택연을 9회에 바꾼 선택도 눈여겨 봐야 한다. 마무리가 8회에 나오면 9회까지 2이닝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9회에 동점일 때 나온 마무리가 10회까지 던지는 장면은 제법 흔하다. 김택연을 8회에 쓰고 9회에 점수가 났기 때문에 9회말까지 김택연에게 맡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칼 같이 박치국을 올렸다. 고명준 안상현 정준재를 박치국이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박치국을 상대로 고명준이 4타수 1안타, 안상현 정준재는 안타가 없었다. 데이터를 적극 참고해 김택연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