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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앉아 있었는데, 코치님들 다 퇴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 한번 더 기회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박관우는 일주일 전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며 "또 수비 때문에 (2군에) 내려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앉아 있었는데, 코치님들이 다 퇴근하셨다고 하더라. 아 한번 더 기회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관우는 타격에 확실한 장점이 있다. 1군 12경기에서 타율 0.353(17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 OPS 1.095. 득점권 타율은 0.500이다. 표본이 적긴 하나 19살 어린 선수가 적은 기회 속에서 이 정도 결과를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보너스 처럼 한번 더 찾아온 기회. 박관우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30일 잠실 KT 위즈전에 6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공수 맹활약을 펼쳤다. 선발 손주영을 위기에서 구한 호수비와 함께 승리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터트리며 5대0 완승을 이끌었다.
6회초 자칫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박관우가 막았다. 2사 1루에서 KT 황재균의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유격수 사이 애매한 위치로 떨어지는 듯했다. 마의 삼각지. 모두가 멈칫하며 주저할 때 좌익수 박관우가 과감하게 앞으로 달려들면서 몸을 날렸다. 다이빙 캐치한 글러브에 공이 남아 있었다.
박관우는 "처음에 내가 앞으로 달려가는 게 맞는데, 항상 내가 좀 뒤로 타구들을 놓쳤었다. 뒤로 갔다가 앞으로 뛰어가는데 내가 처음에 자신 있게 했어야 했는데 (박)해민 선배와 지환 선배를 쳐다봤다. 미루다가 공이 제일 가까운 사람이 나인 것 같아서 몸을 날려봤다. 처음에 내가 손목이 꺾이는 모습이 있었는데, 십년감수했다는 생각으로 누워 있었다. 해민 선배는 내가 손목을 다친 줄 알고 오셨다가 일으켜 세워 주셨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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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는 "내가 수비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었기에 그 수비 하나로 만회한 것도 같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져서 타석에 들어갈 때도 더 부담 없이 들어갔던 것 같다. (김)현수 선배께서 내가 이름이 관우다 보니까. (홈런을 보고) 관우답다고. 스윙을 시원시원하게 잘 돌린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염 감독은 경기 뒤 "수비에서 집중력을 보여준 신민재와 박관우를 칭찬해 주고 싶다.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관우가 2점 홈런을 쳐주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관우는 앞으로 수비 경험을 더 쌓는다면, 1군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실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박관우는 "팬들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야구도 처음 해 보지만, 1군 선수들의 파워가 다르다 보니까. 타구 적응을 잘하지 못했고, 마음도 많이 떠 있으니까 몸도 잘 안 움직이면서 실수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수비 쪽에서는 해민 선배가 있으니까. 많이 여쭤본다. 첫발 스타트나 타구 판단 관련해서 해민 선배께서 알려 주셔서 새겨듣고 하다 보니까 점점 쉬워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2위 LG는 1위 한화 이글스에 2경기차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선두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LG는 박관우라는 원석을 기용하며 성적과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박관우는 "1위랑도 그렇고, 3위랑도 경기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써 주시니까.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간절한 마음을 갖고 하니까 결과도 좋게 이어지는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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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