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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뉴욕 양키스가 결국 김하성을 외면했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양키스는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호세 카바예로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카바예로가 한쪽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반대편에서 경기를 마쳤다'며 경기중 일어난 트레이드를 전했다. 양키스와 탬파베이는 지난 7월29일부터 양키스 홈구장인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4연전을 치렀다.
트레이드는 4연전 마지막 날 벌어졌다. 이날 양키스는 탬파베이를 7대4로 꺾고 3연승을 달성하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1순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탬파베이는 3연패를 당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미국 팬그래프스닷컴은 이 패배 후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9.9%라고 발표했다. 양키스의 진출확률은 무려 92.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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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트레이드는 한국 팬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트레이드 결정이 이뤄지지 전까지 김하성도 매우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포스트는 지난 7월 29일 '양키스가 탬파베이와 트레이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하성을 포함해 호세 카바예로와 테일러 월스 등 3명의 내야수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키스가 탬파베이와 트레이드 논의를 시작한 이유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주전 유격수인 앤서니 볼피가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었다.
볼피는 이때까지 시즌 타율 0.213(375타수 80안타) 14홈런 55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공격 측면에서 두 자릿수 홈런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무엇보다 수비에서 안정감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캐치와 송구 양쪽면에서 자신감을 잃은 탓에 올해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가 -3에 불과했다.
때문에 양키스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가을 경쟁에서 밀려난 탬파베이와 카드를 맞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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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양키스가 김하성을 선택했다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인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양키스의 선택은 결국 김하성이 아닌 카바예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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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예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도루 능력을 지녔다. 2024년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44개)를 기록한데다, 올시즌 전반기 첫 75경기에서 MLB 최다기록인 31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적 이전까지 86경기에 나와 타율 0.226(235타수 53안타)에 OPS 0.638을 기록하는 동안 34개의 도루로 MLB 전체 1위(공동)를 내달렸다. 다른 공동 1위인 오닐 크루즈(피츠버그)보다 11경기, 116타석이 부족한데도 도루 숫자가 같다는 점에서 새삼 압도적인 카바예로의 도루 능력을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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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분 양키스 감독 입장에서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최적의 유틸리티 요원을 얻은 셈이다. 분 감독은 MLB닷컴을 통해 "카바예로가 많은 강점을 팀에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선수가 될 것 같다. 특히나 그는 매우 악착같고, 강인한 선수다. 팀에 데려올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며 기뻐했다.
결국 분 감독의 소감 속에서 왜 양키스가 김하성이 아닌 카바예로를 선택했는 지가 드러난다.
김하성은 더 이상 '강인한 선수(tough player)'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2023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한때 '1억달러 가치의 예비FA'로 평가받은 적도 있지만,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어깨 수술 이후 내구성이 떨어진 선수'로 취급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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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IL행을 피하지 못했다. 탬파베이 구단은 26일자로 김하성을 10일짜리 IL에 등재시켰다. 23일자로 소급적용돼 빠르면 2일에 복귀가 가능하다.
이처럼 어깨 수술 이후 11개월 만에 MLB무대에 돌아온 김하성에게 계속 부상이 발생하는 건 '신체 내구성'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증거다. 당장 경기에 투입해야 할 선수를 찾는 양키스의 입장에서 이건 심각한 결격사유가 된다.
무엇보다 이처럼 내구성이 약한 김하성의 연봉이 무려 1300만달러(한화 약 182억원)라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이는 올해 탬파베이 팀내 최고연봉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1600만달러의 연봉이 기본 보장된 상태다.
반면 카바예로의 올 시즌 연봉은 고작 77만6800달러(약 10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김하성 연봉의 겨우 6%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면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도 없다. 한 마디로 '미친 가성비'다. 김하성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는데 신체는 더 건강하고, 도루 능력은 '넘사벽'인데다 심지어 내야 뿐만 아니라 외야 전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 카바예로가 양키스의 선택을 받은 건 애초부터 정해진 결말이었다. 냉정한 현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