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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없어 충격 미스터리' 3할-30홈런-100타점, MVP 출신 공포의 타자...왜 1년 만에 '허수아비' 전락했을까

최종수정 2025-08-04 00:07

'이유가 없어 충격 미스터리' 3할-30홈런-100타점, MVP 출신 공…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6회초 2사 2루 KT 로하스가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5/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영광의 MVP 출신, 로하스의 KBO리그 여정이 마무리 수순이다.

KT 위즈는 2020 시즌 정규시즌 MVP이자 6시즌을 함께한 외국인 타자 로하스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KT는 새 외국인 타자로 스티븐슨을 선택했다. 스티븐슨은 좌투좌타 외야수. 배정대의 부상 이탈로 KT의 고민이 된 중견수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타격에서도 중장거리 유형의 스타일. KT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적임자로 꼽힌다. 지난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뛴 경력도 있어, 아시아 야구 적응도 큰 문제가 없을 전망.

새 선수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팬들 입장에서는 로하스를 보지 못하는게 아쉬운 일이 됐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았고 팬서비스도 으뜸이었다.

로하스는 일본에서 실패한 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다시 돌아왔는데, '나 죽지 않았다'고 시위하듯 전경기 출전에 타율 3할2푼9리 32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한 시즌 반짝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보여준게 너무 많았다. KT도 올시즌을 앞두고 180만달러 전액 보장 최고 연봉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없어 충격 미스터리' 3할-30홈런-100타점, MVP 출신 공…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로하스가 타격을 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26/
하지만 올시즌 급추락 했다. 퇴출 전까지 타율 2할3푼9리 14홈런 43타점. 홈런은 제법 됐지만, 대부분 승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영양가 없는 내용이 많았다. 6월에 2군에도 다녀온 후에는 더 못쳤다. 아예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미스터리한 일이다. 프로 선수가 매 시즌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한 시즌 만에 이렇게 급추락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로하스가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 정도를 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면 '충격 부진' 이런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그의 야구는 말 그대로 '수직 하강'이었다.

올해로 35세다. '꺾일 수' 있는 나이이기는 하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는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한다. 특히 홈런을 쳐야하는 파워히터들에게는 세월의 흐름이 더욱 무섭다. 근력, 순발력 등이 빠르게 저하된다. 그런데 한 살 더 먹은 걸로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이유가 없어 충격 미스터리' 3할-30홈런-100타점, MVP 출신 공…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8회말 KT 로하스가 안타를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1/

그렇다면 심리적 문제일까. 가정사라도 있었을까.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인센티브가 없지만 로하스는 대충 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하려다 꼬인 시즌일 수 있다. 초반부터 성적이 나지 않으니,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 '멘붕'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변화구만 떨어지면 방망이를 참지 못했고, 눈물을 금방이라도 터뜨릴 듯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이유가 없어 충격 미스터리' 3할-30홈런-100타점, MVP 출신 공…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6회초 2사 2루 KT 로하스가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5/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꼬였을까. 굳이 단서를 찾아보자면, 타격폼 변화다. 로하스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잘하고 싶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어퍼 스윙'으로 궤적을 바꿔보려 했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았고, 원래 본인의 스윙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이마저 잘 안되자 우왕좌왕 했다. 그래도 로하스 레벨의 타자가 잠시 타격폼에 손을 댔다고, 이 정도로 무너졌다는 것도 믿기 힘든 게 사실이다.

KT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프런트 다 포함 구단 내 누구도 로하스가 이렇게 심각한 부진을 보일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이런 극단적 사례는 정말 처음보는 것 같다.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로하스는 KT에 정말 중요한 선수였고, 아쉽지만 이제는 스티븐슨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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