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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시즌 1군에서 4번째 등판이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다.
경기상고 출신 정세영은 고교 시절 공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자신있게 구사하는 완급조절과 제구력이 좋은 좌완투수였다.
8라운드 전체 71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고,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퓨처스 기록은 13경기 48⅓이닝 1승5패 평균자책점 5.40. 지난 6월에는 1군에 잠깐 콜업돼 불펜 3경기에 출전해 2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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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호영-레이예스-윤동희의 연속 안타로 순식간에 1실점, 전준우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여기서 유강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한태양과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혈전 끝에 다시 한번 볼넷으로 2연속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한 뒤 교체됐다.
키움 벤치가 택한 다음 투수는 역시 올해 9라운드(전체 91번) 신인인 임진묵이었다. 임진묵은 박승욱을 삼진으로 잡고 1회를 마쳤지만, 2회에만 3안타 4사구 2개에 희생플라이를 묶어 3실점 했다.
임진묵은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박승욱 장두성 고승민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강판됐다. 뒤이어 등판한 김선기가 손호영-레이예스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임진묵의 실점은 '6'으로 불어났다.
결국 이날 경기는 키움의 3대9 완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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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10~11순위 투수 2명을 제외한 12명이 1군 맛을 봤다. 정현우는 5선발 중책을 맡아 개막을 맞이했고, 염승원은 얼마전 부상에서 회복돼 1군에 첫 선을 보였다. 어준서 여동욱 전태현처럼 적지 않은 1군 경험을 쌓은 선수들도 있다.
키움은 젊은 팀이고, 유망주 육성에 공들이는 팀으로 유명하다. 강정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메이저리그에 소속 선수들을 진출시키는 등 적지 않은 성과도 냈다.
데뷔 2년차 김윤하와 신인 정현우가 선발의 한자리를 채우는 것은 내년, 내후년의 미래를 내다본 키움의 선택이다.
하지만 1군 출전경험이 선수 육성과 성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좋은 떡잎이 1군에서의 실패 경험에 짓눌려 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0승11패를 기록중인 김윤하는 2025년을 훗날 어떻게 기억할까. 좋은 재능을 숙성시키는 인내심과 노력도 구단 운영의 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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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표를 어렵게 구해 1군 경기를 보러온 팬들에게 아직 2군에서 더 가다듬어야 할 신인 투수의 경험쌓기 과정을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뜩이나 객단가 높기로 유명한 고척 홈경기인 만큼 키움은 할 수 있는 한 베스트 멤버 기용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1군은 경험의 무대가 아닌 실전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키움 입장에선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된 시즌이다. 하지만 아직도 키움의 정규시즌은 40경기가 남아있다.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매 경기 설레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프로팀 1군 경기다운 수준 높은 플레이를 즐길 권리가 있다.
1군 경기를 마치 1.5군 처럼 운영하는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운영 방침. 과연 소중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