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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썼다' 송성문 파격 120억 전액 보장, 14년 전 이택근이 떠오른다

기사입력 2025-08-06 01:07


'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썼다' 송성문 파격 120억 전액 보장, 1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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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한 번에...

키움 히어로즈는 함부로 돈을 쓸 수 없는 구단이다. 다른 대기업 구단들과 달리, 지원이 전혀 없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와중에 매년 흑자를 내고 있으니 '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수 팔아 연명하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강정호, 박병호(삼성)를 시작으로 김하성(탬파베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을 포스팅 시스템 속 떠나보내며 막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리그 내에서도 주축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 지명권과 함께 돈도 받았다.

구단 직원들이 홍보와 마케팅에 있어 죽을 힘을 다해 발품을 팔고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구단 운영의 가장 큰 핵심은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키움은 올해 샐러리캡을 49.7%밖에 쓰지 않았다. 56억7876원을 썼을 뿐이다. 샐러리캡 상한선을 초과한 LG 트윈스의 138억5616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명목은 리빌딩이지만, 쓸 선수가 없어 어린 선수 위주의 팀 구성을 할 수밖에 없다. 선수가 기량을 만개할 시점에 다들 떠나버리니, 돈을 쓰는 다른 구단들과의 전력 차이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썼다' 송성문 파격 120억 전액 보장, 14년 …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그런 가운데 키움이 정말 깜짝 놀랄만한 대형 폭탄을 터뜨렸다. 팀 주장인 송성문에게 6년 총액 120억원 전액 보장 비FA 다년계약을 안긴 것이다. 그동안의 팀 운영 기조와 완전히 상반되는 행보다. 키움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에 보내며 보상금으로 무려 1882만5000달러를 벌었다. 당시 환율 기준 250억원 가까운 금액이었다. 키움은 이정후 보상금에 절반 가까운 돈을 한 선수에게 쓰기로 했다. 키움 구단 역사에 남을 결정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이유들이 거론된다. 구단은 '내년에도 꼴찌할 수는 없다. 중심 축이 될 선수가 꼭 필요했고, 그 선수가 송성문이라는 판단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중요한 선수인데, 올시즌 끝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건 응원을 한단다. 결국 송성문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그 보상금은 벌겠다는 것이다. 돈 안쓰는 이미지는 벗어던진채 120억원 계약도 파기되니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정말 내년 시즌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썼다' 송성문 파격 120억 전액 보장, 14년 …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키움전. 5회말 1사 1, 2루 송성문이 1타점 2루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26/
자신들이 타깃이 돼 샐러리캡 하한제가 도입된다고 하니, 그 시선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2027년부터 어차피 돈을 써야한다면, 일단 붙잡고 보자의 계산으로 송성문에게 거액을 안겼을테지만, 다른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도 민폐다. 송성문이 그동안 '슈퍼스타급'의 활약을 한 게 아니라, 작년부터 올해까지 '반짝 활약'을 한 선수인데 그 선수에게 너무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조건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오버페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올해, 내년 FA 예정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을 거란 전망이다. 그동안의 커리어를 봤을 때 '내가 송성문보다 못한 게 뭐냐'고 주장을 하게 되면, 최소 협상가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이정후 보상금 절반을 썼다' 송성문 파격 120억 전액 보장, 1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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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택근 계약이 떠오른다. 송성문 이전 키움의 깜짝, 최대 계약이었다. LG 트윈스로 잠시 떠났다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을 데려오기 위해 당시 키움은 4년 총액 5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썼다. 당시 기준 FA 총액 2위의 놀라운 딜이었다. 이택근이 뛰어난 선수인 건 맞았지만, 리그 최고 대우를 받는게 맞는지에 대하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히어로즈는 자금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상은 가입금도 내기 힘든 상황을 버텨낸 자신들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 계약은 '오버페이' 광풍의 근원이 돼버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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