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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딱 3년 보고 있다.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들어가겠다"
최악의 배드(bad) 엔딩이다. '한국야구를 이끌어 갈 기대주'로 평가받았던 어린 선수의 커리어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끝장 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종 방출 결정을 내린 팀은 메이저리그도 아닌 마이너리그에서도 하위 수준인 루키리그 FCL말린스였다.
이게 뜻하는 바는 딱 하나 뿐이다. 심준석의 현재 실력은 마이너리그 루키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이런 평가를 받은 선수를 데려갈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심준석 커리어의 최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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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석은 덕수고 시절 최고 160㎞의 강속구를 던지며 '괴물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제2의 박찬호'라는 평가도 있었다. 신장 1m93, 체중 97.5㎏의 '탈아시안급 체구'는 미국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예상됐던 심준석은 덕수고 3학년 때인 2022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2022년 초반부터 여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공세와 에이전트의 유혹이 이어진 결과였다.
당시 덕수고에서 심준석을 가르쳤던 정윤진 감독은 "지금 미국으로 가는 건 실패 위험이 크다. 한국에서 성공하고 가도 늦지 않다"며 심준석과 그의 부친을 수 차례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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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2023시즌 피츠버그 산하 루키리그에서 단 4경기에 나와 8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3안타(1홈런)를 허용하고 삼진 13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3개를 내주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11에 WHIP는 0.75였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 4경기 등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후 계속 부상이 이어지며 제대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대로 2023년을 마친 심준석은 2024년에는 아예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발목과 대흉근, 어깨 등이 계속 아팠기 때문이다.
줄곧 부상자 명단(IL)에 남아있던 심준석은 결국 2024년 7월 31일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심준석을 미국으로 데려왔던 피츠버그가 1년 반만에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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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도저히 잡히지 않는 제구 난조가 문제였다. 13⅓이닝 동안 무려 31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볼넷 23개와 몸 맞는 볼 8개였다. 삼진도 16개나 잡았지만, 이닝당 2개 이상 나오는 사사구는 최악의 지표였다. 마이애미 구단은 끝내 반시즌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 적응하며 훈련하는 과정에서 몸에 무리가 온 것으로 유추된다. 향후 심준석이 어떤 식으로 야구 커리어를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미국 무대 재도전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듯 하다. 남은 선택지는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문제를 우선해결한 뒤 KBO리그에 재도전하는 것 뿐이다.
그나마 아직 나이가 21세로 어리기 때문에 서둘러 병역문제를 해결한 뒤 KBO의 문을 두드린다면, 25세 이전에도 프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단,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커리어 조기 종료만이 남을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