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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승?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어떻게 아나."
롯데 자이언츠는 승부수를 택했다. 프로야구 사상 첫 10승 외인의 퇴출이다. 롯데는 불안한 모습을 극복하지 못한 터커 데이비슨(29) 대신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을 올린 빈스 벨라스케스(33)를 영입했다.
벨라스케스는 빅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만 5시즌이나 치렀다. 통산 191경기, 선발로는 144경기에 등판하며 38승51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빅리그 데뷔 이후 총 연봉은 1560만 달러(약 215억원)가 넘는다. 토미존 수술(팔꿈치 내측인대 교환-재건 수술) 이후 빅리그 커리어가 끊기면서 재기의 무대로 한국을 고른 모양새. 그렇다한들 시즌 도중 '대체 외인'으로 합류하기엔 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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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에이스이자 혹사의 피해자였던 염종석(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주형광(1995년 준우승)도 전성기가 길지 못했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당시의 불꽃투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자신이 불살랐기에 팀이 그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고, 스스로도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김태형 감독도, 박세웅을 비롯한 선수들도 이제 '가을야구'가 아닌 '더 높은 곳'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당시 '3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그보다 1년 앞서 기회가 왔다 한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당장 외국인 선수들이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이 어떤 부상에 직면할지 모를 일임을 올시즌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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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는 아마추어 시절에는 야구와 미식축구에서 모두 유망주로 꼽혔고, 특히 미식축구에서는 오른손 왼손 모두 스로잉이 가능한 선수로 주목받았을 만큼 타고난 운동신경의 소유자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에는 소속팀의 미래로 애지중지받던 선수다. 연장전에 외야수로 등장해 홈 보살과 다이빙캐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커리어하이는 31경기(선발 30) 146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12패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한 2018년이지만, 생애 최고의 순간은 데뷔 시즌인 2016년에 있었다. 이해 4월 15일, 자신의 빅리그 데뷔 2번? 경기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9이닝 동안 4사구 없이 삼진 16개를 잡아내며 완봉승을 달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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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투수였다. 올시즌 22경기에 등판했는데, 첫 10경기와 그 이후가 극명하게 갈린 점이 아쉬웠다. 첫 10경기에선 7이닝 이상 3경기 포함 6승1패 평균자책점 1.96의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후 마지막 등판 포함 12경기에서 6이닝을 넘긴 경기는 단 3경기 뿐이다. 7이닝은 한번도 없었고, 4승4패 평균자책점 5.23에 그쳤다.
그렇다한들 10승 외국인 투수의 첫 퇴출 사례다. 만약 롯데가 올시즌 가을야구에 만족할 거였다면 교체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만 보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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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