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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혹의 '홀드왕'이 전한 '리스펙' [인터뷰]

최종수정 2025-08-09 12:51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인터뷰에 임한 노경은. 김영록 기자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7일 오후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에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승환.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07/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8회말 SSG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8/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대단하다. 내겐 높은 산 같은 존재다. 식사 한번 같이 하기로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영광이다."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살 아래인 SSG 랜더스 노경은은 '현역 투수 최고참'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노경은은 전날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이란 인물 자체에 대해 개인적 친분을 넘어선 강렬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미일에서 언제나 메이저한 위치에 서있었던 사람이다. 나와는 서 있는 곳이 완전히 다르다. 클래스가 너무 높고, 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헌신하지 않았나. 정말 존경스럽고,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노경은은 올해도 전성기다. 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대0으로 앞선 8회말 등판, 1이닝을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홀드를 추가했다.

이로써 2023년부터 3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했다. 프로야구 역대 6번째 기록이다.

노경은은 "실감이 안난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언제든 감독님이 부르시면 마운드에 오를 뿐이다, 올해 우리팀이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8회말 위기를 끝낸 SSG 노경은이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8/
이어 "기록은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기록을 보고 달려왔다고…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하나하나 이뤄지고 이정표에 이르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부상으로 빠진 김광현에 대해선 "올해도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데 팀을 위해 희생해왔다"면서 "맘편히 몸관리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우리가 짜내야하는 타이밍이다. 지금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SSG의 필승조는 전영준 박시후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으로 이어진다. 노경은을 제외하면 대체로 구위좋은 젊은 선수들이다. 노경은이 중심을 잡아주는 모양새.

"SSG는 워밍업 전에 다 같이 모여서 항상 박수를 치고 하루 운동을 시작한다. 불펜 케미가 너무 좋다. 서로 칭찬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노경은은 "어린 친구들이 잘해주고 있기에 나도 믿음이 간다. 편하게 기대고 있다. 서로 과부하도 잘 걸리지 않고, 매경기 좋은 컨디션으로 임하고 있다"며 경헌호 투수코치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노경은은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SSG 랜더스까지 제2, 제3의 전성기를 거듭 보내고 있다.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 김진성이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7/
하지만 노경은은 "오승환 형이 그 길을 잘 닦아줬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뛰는)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를 떠날 당시의 나이가 38세, 그때만 해도 노경은을 향해 '나이들어 욕심부린다', '과도한 대우를 원한다'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노경은은 SSG 이적 후 매년 80이닝 안팎을 소화하며 올해까지 4년간 32승 20패 5세이브 95홀드(진행중)를 기록, 여전히 필승조로 맹활약하고 있다. '몸관리의 대명사'라는 찬사도 뒤따른다.

1살 아래 김진성(LG 트윈스)과는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자주 소통한다. 홀드왕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노경은이 홀드 38개를 기록, 임창민(삼성, 28개) 김진성(27개)을 멀찌감치 제치고 불혹의 홀드왕을 달성했다.

노경은은 "진성이가 안 좋을 때 마음 고생을 토로한 적이 있다. 나는 '팀이 네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잘하고 있다. 한경기 신경쓰지 말고 너만 생각해라. 네가 해야할 것만 해라'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면서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야구"라고 강조했다.


"내 길? 오승환 형이 열어줬다" 1982년생 황금세대 끝판왕 떠난다…불…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8회말 SSG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8/
올해 홀드 부문은 김진성(25개)이 조상우(24개) 정철원(21개) 전상현 노경은(이상 20개)을 제치고 1위를 질주중이다. 김진성은 "내가 지금은 앞서고 있지만, 올해도 홀드왕은 노경은 형이 차지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노경은은 "너무 속보이는 립서비스"라며 코웃음친 뒤 "올해 김진성이 홀드왕을 꼭 달성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난 길게 내다보지 않는다. 그냥 팀을 위해 오늘 한경기, 한경기만 보고 앞으로도 직진하겠다. 몸이 안되면 내가 인정하고 내려놓을 거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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