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실 포수도 던지면 안 되고, 3루 주자도 뛰면 안 되는 상황인데..."
그런데 포수도 던졌고, 주자도 뛰었다. 무슨 상황이었을까.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의 5대4 신승. 하지만 NC는 이기고도 아쉬울 수 있었다. 1점차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는 가운데 8회말 무사 1, 3루 빅찬스를 잡았다 놓쳤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김주원의 볼넷에 최원준이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타석에는 가장 잘 치는 3번 박민우. 여기에 주자 두 명 모두 빠르고 작전 수행을 잘하는 선수들. 점수 내기 너무 쉬운(?) 상황인데, 충격의 무득점이었다.
박민우가 못 친게 아니었다. NC가 KIA의 허를 찌르려 했다. 1루 주자 최원준이 뛰었다. KIA 포수 김태군이 2루로 공을 던졌다. 그걸 본 3루 주자 김주원이 홈으로 뛰는데 공이 2루가 아닌 유격수 박찬호에게 갔다. 박찬호가 공을 잡자마자 다시 홈으로 뿌려 3루 주자 아웃.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5회말 2사 1,2루 박찬호가 김민성의 땅볼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지고 있다. 김민성은 간발의 차로 1루 세이프됐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7/
9일 비로 취소된 양팀 경기를 앞두고 만난 두 감독으로부터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작전을 건 NC 이호준 감독. 이 감독은 "사실 그 상황이면 포수도 2루 송구를 하면 안되고, 3루 주자도 뛰면 안 된다"고 정의를 내렸다. 포수가 2루에 던졌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다. 3루 주자는 괜히 움직였다 잡히면 무사 1, 3루 찬스가 날아간다.
정말 치열한 양팀의 머리 싸움이었던 것이다. NC는 김태군이 공을 던지는 걸 보고 3루 주자를 출발시켰다. 김주원의 발이 빠르니, 김태군이 2루 송구를 하면 그 사이 홈에서 살 수 있다는 계산. KIA는 거기서 한 번 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이 공을 던지는 걸 보면, 3루 주자가 출발할 거라 생각하고 모험수를 건 것이다. 유격수 커트 사인이었다. 3루 주자가 만약 안 뛰면, 1루에서 출발한 최원준이 2루에서 살아 무사 2, 3루가 될 수 있지만 3루 주자가 뛸 거라는 판단에 '도박'을 한 건데 그게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이호준 감독은 "KIA가 우리가 이런 작전을 많이 쓰는 걸 알고 정말 대처를 잘 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3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 5회말 무사 1, 3루 데이비슨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한 김주원이 환영받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31/
KIA 이범호 감독은 "그런 상황들에 대해 연습하고, 사인이 다 있다. 우리도 한 점을 주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과감하게 커트 사인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실 정석대로라면 2루쪽으로 포수가 공을 던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다 빠른 주자이기에 뭔가 작전이 나올 수 있겠다 봤다. 상대에서 3루 베이스 코치가 먼저 사인을 내고, 우리가 그 다음에 움직인다. 그렇게 상대 사인을 예상하는 것도 다 기술이다. 이런 작전을 쓰는 팀도, 안 쓰는 팀도 있다. 그래서 상대 분석을 하고, 경기를 치르다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현장의 치열함을 소개했다.
이렇게, 플레이 하나 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어떤 지략 싸움이 벌어지는지 알고 보면 야구는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