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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 역대 최초 역사를 썼던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가. 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추가 휴식일을 부여한 구단의 배려에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다저스가 추가 휴식을 준 이유는 데이터가 말해준다. 야마모토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일 휴식 등판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고,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했다.
야마모토가 2023년 12월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519억원) 초대형 계약에 성공하고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겼을 때 미국 언론은 의구심을 표현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투수 FA 역대 최고액과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야마모토는 지난 5월만 해도 MLB닷컴이 실시한 사이영상 모의 투표에서 1위표 22장을 얻어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당시 야마모토는 평균자책점 1.80,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 0.98, 피안타율 0.188을 기록하며 아시아 투수 역대 최초 사이영상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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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1위를 달리고 있는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기록과 차이가 크다. 스킨스는 24경기, 7승8패, 144이닝, 162탈삼진,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가 8패나 떠안을 정도로 피츠버그의 전력 자체가 안 좋은데, 그 안에서 빛을 내고 있다.
류현진이 2019년에 이룬 업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1년 내내 호투하며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 류현진은 그해 다저스 소속으로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아시아 투수 역대 최초였다.
아시아 역대 최초 업적에도 류현진은 사이영상을 차지하진 못했다. 총점 88점으로 내셔널리그 2위에 머물렀다. 그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총점 207점을 받은 제이콥 디그롬(당시 뉴욕 메츠)이었다. 류현진은 디그롬의 만장일치 수상을 저지하는 1위표 1장을 뺏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야마모토가 스킨스를 밀어내기에는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이제는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놓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는 구단에 추가 휴식일을 요청한 적은 없지만, 구단이 추가 휴식일을 부여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최악의 투구를 마친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초구에 홈런을 맞았고, 이후 추가 실점을 했다. 그러면서 투구 리듬이 무너졌던 것 같다. 경기를 치르면서 약간 조정해 보려고 했지만, 불행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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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