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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하필 최고연봉 선수가 구멍이라니!'
사실 이런 상황은 프로야구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도 이날 탬파베이에서 혼자 무기력했던 타자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 탬파베이에서 가장 많은 연봉(1300만달러, 한화 약 181억원)을 받는 FA 영입 1년차 선수이기 때문이다.
탬파베이 구단이 큰 기대를 걸고, 많은 연봉을 안겨주며 이 선수를 데려왔는데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실패한 FA영입 케이스' 'FA먹튀'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비단 이날 뿐만 아니라 올시즌 전반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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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리드오프(1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전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이던 2023년 9월 17일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현 애슬레틱스)전 이후 무려 695일만이다. 이처럼 1번 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하성이 거의 2년 만에 다시 1번 자리에 나선 이유는 전날 무척 잘 쳤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전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7번 유격수로 나와 2루타와 홈런을 연달아 날리는 등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케빈 캐시 감독은 아마도 김하성의 타격감이 다 살아났다고 믿은 듯 했다. 중요한 1번 자리를 맡긴 배경이다.
그러나 중대한 오판이었다. 김하성의 시애틀전 활약은 타격감 회복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일시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타격감이 완전히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12일 애슬레틱스전 결과로 고스란히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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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초 2사 2, 3루 때는 유격수 뜬공, 4회와 6회에는 모두 투수 앞 땅볼로 타구가 내야를 넘어가지 못하며 맥없이 잡히는 일이 반복됐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8회초 무사 1, 2루에 나온 다섯 번째 타석이다. 김하성은 앞선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제구가 흔들리던 마이클 켈리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몸쪽 낮은 스위퍼를 잡아당겼지만, 평범한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켈리는 앞선 타자들과는 달리 김하성에게는 매우 공격적인 승부를 걸어왔다. 이는 김하성이 상대 투수에게 '아웃카운트를 늘리기 좋은 만만한 상대'로 낙인찍혔다는 뜻이다. 긴 표현을 짧게 바꾼다면 '호구' 정도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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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다시 0.200(60타수 12안타)로 떨어졌다. 또 다시 1할대 추락위기다. 이 타율은 현재 김하성의 레벨을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평균 이하 수준의 타자이자 메이저리그 레벨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타자라는 뜻이다. 탬파베이는 그럼에도 181억원을 줘야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