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친정(親庭)'을 상대로 처음 마운드에 오른 날, 가장 관심을 끈 상대 타자는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2018~2023년까지 6년간 한솥밥을 먹고도 가을야구 한 번 나가지 못했던 동병상련의 사이.
타자로는 첫 타석에서 3루타를 치고 득점까지 올렸지만, 이후 4차례 타석에서는 볼넷 하나를 얻었을 뿐 3차례 삼진을 당했다.
|
선두 제프 맥닐에 볼넷을 허용한 뒤 무키 베츠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아 생애 첫 출전한 WBC 우승에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남겨놓았다.
타석에 트라웃이 등장했다. 당시 둘은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었고 대회 직전 애리조나주 탬피 스프링트레이닝서도 함께 훈련을 했다.
오타니는 숨을 몰아쉰 뒤 초구 스위퍼를 낮은 코스로 볼을 던졌다. 이어 100마일 직구에 트라웃이 헛스윙했다. 오타니는 3구 99.8마일 직구 볼에 이어 4구째 99.8마일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져 또 헛스윙을 유도했다. 5구째 101.6마일 강속구가 바깥쪽으로 빠져 풀카운트.
오타니는 6구째 87.2마일 스위퍼를 바깥쪽으로 꽂아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오타니의 완승이었다. 당시 경기 후 트라웃은 "모든 야구 팬들이 보고 싶어했을 것인데, 1라운드는 그가 이겼다"고 승복했다.
그리고 2년 5개월 뒤 기다렸던 빅리그 맞대결이 이날 펼쳐진 것이다.
|
1~5구를 모두 직구로 던져 풀카운트까지 몰고 간 뒤 6구째 86.8마일 스위퍼를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루킹 삼진으로 제압했다. 트라웃은 아무 제스처 없이 1루 더그아웃을 향하는 오타니를 살짝 쳐다본 뒤 물러났다.
이어 다저스가 5-2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로 트라웃이 들어섰다. 오타니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트라웃은 잔뜩 긴장했다.
1,2구 스위퍼가 볼이 되자 오타니는 3구째 98마일 직구를 몸쪽으로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98.9마일 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로 던져 볼카운트 2B2S.
오타니가 선택한 승부구는 스위퍼가 아닌 직구였다. 이날 오타니의 최고 스피드 100.7마일이 찍힌 직구가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트라웃은 구심을 바라보며 살짝 항의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스트라이크가 맞았다.
|
|
트라웃은 경기 후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WBC서 오타니에 삼진을 당한 뒤 그가 1라운드를 이겼다고 말했던 트라웃은 이번 2라운드에서 또 오타니에 당한 뒤에는 미소만 남긴 채 떠났다'고 전했다.
3차례 대결에서 모두 삼진을 당한 트라웃이 '오타니 트라우마'에 빠졌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그러나 연구는 필요해 보인다. 내년 이후 숱한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